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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죽을 운명을 타고난 길고양이들의 수난은 끝이 없다. 누군가는 "시끄럽다"는 이유로 길고양이들을 극도로 혐오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열일 마다하고 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들이 있다. 길고양이를 보호하려는 사람과 혐오주의자 사이의 갈등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서울시 강동구에서는 길고양이 급식소가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타 지역에서는 길고양이 급식소 하나를 마련하기 위해서도 지역민 사이의 갈등은 물론 행정기관과의 마찰까지 감수해야 한다.

최근 경기도 하남시(시장 오수봉)에서는 길고양이 급식소 문제를 놓고 하남시와 주민 사이에 갈등이 벌여졌다. 하남동물자유연대는 최근 경기도 하남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 공원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를 지금처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민원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시에서 길고양이 급식소를 철거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남동물자유연대 정혜선 팀장은 지난 23일 하남시의회 홈페이지에 "하남시 공원녹지과는 열흘 뒤 (길고양이) 급식소를 강제 철거하겠다고 밝혔다"고 호소했다. 정 팀장은 이어 "20마리 넘게 중성화 수술을 했다"며 "중성화수술까지 마친 길고양들의 밥자리를 빼앗는 것은 동물학대"라고 주장했다.

"지금처럼 급식소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

정 팀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우리의 요구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새로 마련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지금처럼 급식소를 유지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이라며 "하남시에서 급식소에 하남시 마크와 경고문을 붙여 급식소를 함부로 훼손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하남시가 길고양이 급식소를 '공식 인증'하고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하남시의 한 아파트단지 인근 공원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하남시의 한 아파트단지 인근 공원에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 이재환

하남시민 A씨의 의견도 비슷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초부터 해당 공원에서 길고양이들에게 사료를 나눠 주었다. A씨는 "길고양이들이 지금처럼 평화롭게 살기를 바랄 뿐"이라며 "고양이들은 이미 중성화 수술까지 마친 상태라 주변에 피해를 줄 일도 없다"고 말했다. 중성화 수술을 한 길고양이들은 먹이 문제가 해결되면 더 이상 시끄럽게 싸우거나 혐오스러운 울음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A씨는 또 "범인을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누군가 급식소를 파손하는 행위가 여러 차례 있었다"고 증언했다. 하남동물자유연대와 A씨와 같은 캣맘들이 하남시가 급식소를 '인증'해 주기를 바라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 같은 민원이 일자 하남시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당장 철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하남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급식소를 철거해 달라는 민원 때문에 철거를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철거 계획은 일단 보류가 된 상태이다. 철거를 반대하는 분들의 의견도 들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하남동물자유연대는 사단법인 동물자유연대와는 무관한 단체입니다.



#하남시 #길고양이 급식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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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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