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무소속 이정현(60) 의원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재직하던 2013년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 관련 보도를 축소해 달라고 KBS에 요구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오연수 판사 심리로 열린 이 의원의 재판에서 "이 의원이 청와대에 근무할 당시 '윤창중 성추문' 보도를 축소하라는 요청을 넣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있던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KBS가 해경 등 정부 대처와 구조 활동의 문제점을 주요 뉴스로 다루자 당시 KBS 김시곤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편집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국장은 이 의원이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던 것 외에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직하던 2013년에도 '윤창중 성추문' 사건을 놓고 KBS의 보도에 관여하려 했다고 증언한 것이다.
김 전 국장은 "2013년 당시 MBC 국장 등과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갔는데 이정현 당시 수석이 있었다"며 "윤창중 성추문 사건 보도를 좀 줄이고 방미 성과 보도를 많이 해달라고 부탁해왔다"고 말했다.
김 전 국장은 이 의원이 같은 해 10월에도 청와대 행사를 뉴스 뒷부분에 편성해 항의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현행 방송법상 정부 여당, 청와대 권력이 일방적으로 (KBS 인사를) 선임할 수 있는 구조"라며 "수석들이 KBS를 자신의 홍보 도구로 생각하는 측면이 있었고 이명박 정부 때도 그런 전화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2014년 4월 KBS의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던 이 의원과 김 전 국장이 '9시 뉴스'를 놓고 전화 통화한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공개했다.
녹음 내용에 따르면 이 의원은 4월 21일 한 차례 전화를 걸어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 "해경을 그런 식으로 몰고 가면 되느냐", "이렇게 짓밟나", "과장을 했다"며 격양된 목소리로 김 전 국장을 다그쳤다.
김 전 국장은 "이 의원이 당분간 해경을 비판하는 보도를 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 맞나"라고 검찰이 통화 내용을 묻자 "나중에 보도하라고 하는데 뉴스는 나중에 보도할 일이 거의 없다"며 "지금 보도하지 말라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답했다.
이어 "어느 기업이나 기관에서도 보도국장에게 직접 항의하거나 변경 요청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 우려했나"라고 검찰이 묻자 "당연히 그랬다"면서도 "보도를 중단하겠다는 고민은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4월 30일에도 김 전 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국방부가 UDT(특수전전단) 진입을 막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보도에 대해 "하필이면 오늘 KBS를 봤다. 이번만 도와달라", "녹음을 다시 해달라", "바꿔주시든가 대체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국장은 "뉴스를 대체해달라는 것인가"라는 검찰 질문에 "그렇다"며 "대통령이 보도를 봤다는 상황인데 회사 시스템상 다시 녹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국장은 그 이후에 청와대 요구라면서 사표 제출을 요구받았고 자진해서 사퇴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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