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 속도 없는 아우토반으로 대변되는 독일 사회가 대기오염 앞에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베를린 시 교통행정처(Verkehrsverwaltung)는 베를린 도심을 관통하는 주요 도로인 라이프치히 거리(Leipziger Straße)의 일부 구역을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차량 최대 운행 속도 30km/h로 제한하는 이른바 템포30 구역으로 지정하였다.
템포30은 지난 4월 9일 월요일부터 운영 및 단속에 들어갔다. 최근 베를린 시와 독일 약 70여개 도시는 유럽 연합 산화질소 연평균 배출 권고 기준인 40µg/m³를 넘긴 상태로, 이로 인해 유럽 연합(EU)과 환경 단체에게 고소당한 상태였다.
그리고 산화질소 배출의 60%는 차량 운행으로 인한 것이고, 그 중 대부분이 디젤 차량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연방행정법원은 지자체별 산화질소 배출 감축을 위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디젤 차량 (도심) 운행 금지(Fahrverbot)를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고, 독일연방정부는 전국적인 디젤 차량 운행 금지가 어떤 효력을 가지는지 올해 말까지 검토할 예정이다.
그리고 동시에 베를린 시는 유럽 연합의 권고에 맞춰 산화질소를 감축하기 위한 10가지 산화질소 감축 계획을 발표하였고, 템포 30은 그 계획의 일환 중 하나였다. 베를린 시는 2013년 베를린의 19곳의 주요 교통도로에 대한 템포 30 적용 전후 각각 3년간의 비교 평가를 하였다. 도로의 물리적 변경 없이 최대 속도 30km/h를 지정한 조사 구역에서 약 80%의 차량 운행 속도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하였고, 소음 및 대기오염 물질배출 수준 역시 감소하였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라이프치히 거리(Leipziger Straße) 중 마크그라펜 거리(Markgrafenstraße)와 포츠다머 광장(Potsdamer Platz) 사이 구간을 최대 시속 30km/h로 제한하는 이른바 템포30 구역으로 지정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도심 내 통행차량의 차량 배출가스 감소를 통한 대기오염 방지(최대 10%까지 산화질소 배출 감축 예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산화질소 감축으로 인한 대기질 개선 뿐만 아니라, 도심의 교통 안전과 소음 감축의 역할 역시 기대된다. 최근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차량이 30km/h로 운행할 때는 사람들은 50km/h로 운행하는 차량 절반 규모의 정도의 소음만을 인식한다고 한다.
하지만 템포 30은 단순히 속도를 늦춰 차량 교통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 30km/h의 제한 속도에 맞춰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지능형 신호등 시스템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향후 1년간 경찰의 과속 단속 그리고 대기오염 측정을 하여 템포 30구역의 운영 결과를 발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지 않을시엔 도심 디젤 차량 운행 금지할 예정이다.
이번 라이프치히 거리 템포 30 운영을 시작으로 7월 말까지 베를린 도심 일대에서 차량 운행 및 대기오염도가 높은 주요 도로 중 포츠다머 거리(Potsdamer Straße) 전체 구간, 하웁트 거리(Hauptstraße) 전체 구간, 템펠호퍼 담(Tempelhofer Damm) 일부 구간 그리고 칸트 거리(Kantstraße) 일부 구간까지 총 7km 길이의 4 구간에 대해 단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라이프치히 거리는 오랜 세월 베를린 도심을 관통하고 있지만, 보행자 중심이 아닌 차량 교통이 중심이 되던 도로였다. 차량 최대 운행 속도 30km/h 제한을 이 도로에 처음 적용한 것은 기존 베를린 도심에서 차량 최대 운행 속도였던 50km/h 대체하는 베를린 시의 새로운 도심 차량 최대 운행 속도 기준이 될 것이라는 상징적인 메세지를 던지고 있다.
독일 도시 중에서도 비교적 대중교통 노선이 잘 발달되어있는 베를린에서조차 설문조사에서 템포 30 도입을 부정적 혹은 매우 부정적으로 보는 답변이 50%를 넘었다. 시속제한이 없는 아우토반으로 상징되는 독일 사회에서 차량 속도 30km/h는 심리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잃는 것과 마찬가지인 속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템포 30 도입은 새로운 가치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중요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