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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부
세부 ⓒ 이상옥

        오늘도 메시아를 기다리는 아이들과
         긴 머리 소녀 
             -디카시 <하오의 산토리뇨 성당 주변>

필리핀 세부가 널리 알려진 세계적인 관광지라고 하지만 10일간 대충 돌아본 세부시티는 현대식 빌딩들도 더러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 한국전쟁 직후의 폐허의 도시를 연상케 할 만큼 도심 곳곳이 너무 낙후되어 있었다.

필리핀 세부의 가장 큰 재래시장이라고 하는 곳이 카본마켓이다. 카본마켓에서 세부 서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더욱 적나라하게 엿볼 수 있었다. 세부시티 항구 근처라 자연스럽게 카본시장이 형성됐다. 마젤란이 1521년 세부에 첫 발을 디딘 때 벌써 이국의 범선들이 항구에 정박하고 있었을 만큼 무역이 발달한 곳이 세부였다. 특히 18세기 세부항이 번성하고 있을 무렵 증기기관 연료로 쓰였던, 코코넛껍질 등을 태운 카본(Carbon)이 산처럼 많이 쌓여 있다 하여 'Carbon Market'이라 명명됐다고 할 만큼, 카본마켓은 역사가 오래된 재재시장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밤에 본 지금의 카본마켓은 필리핀 현지인들만 가득하고, 외국인이라고는 나 혼자인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일부러 카본재래 시장을 돌아보기 위해 숙소인 골든 프린스 호텔에서 택시를 타고 왔다. 세부시티가 그렇게 크지 않으니 택시를 타면 30분 내외로 어디든 도착하는 것 같고, 택시요금도 100페소 남짓이라 부담이 없다. 세부시티에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드는 것 중 하나의 메리트가 택시요금이 아닌가 한다.

 세부시티의 최대 현대식 야알라 쇼핑몰
세부시티의 최대 현대식 야알라 쇼핑몰 ⓒ 이상옥

 세부 최대의 재래시장 카본마켓. 현지인들만 있고 외국 관광객은 찾지 않는다.
세부 최대의 재래시장 카본마켓. 현지인들만 있고 외국 관광객은 찾지 않는다. ⓒ 이상옥

 세부의 골든프린스호텔 커피숍에서 오마이뉴스 세부여행 3번째 기사를 쓰고 있다.
세부의 골든프린스호텔 커피숍에서 오마이뉴스 세부여행 3번째 기사를 쓰고 있다. ⓒ 이상옥

택시기사는 세부시청 앞에 내려 준다. 세부시청 근처에 마젤란 십자가, 산토니뇨 성당이 있어 낮에는 관광객들이 많이 모여든다. 세부시청 앞에 조그마한 재래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이곳이 카본마켓인가, 너무 규모가 작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에 물어 보니, 조금 더 가면 카본마켓이 있다고 해서 알려주는 대로 걸어갔다.

이삼백 미터 근처인데 가로등 시설도 제대로 없는지 주변이 몹시 어두웠다. 막상 카본마켓에 가니 재래시장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바나나 망고 등 과일들이 즐비하고, 현지인들이 많이 모였는데, 환경이 너무 열악하여 오래 머무를 수가 없었다. 물건도 과일 외에는 별로 살 것도 없는 듯했다. 당장 치안이 문제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부 쇼핑몰 야알라몰과 비교되는 재래시장 카본마켓

대충 둘러보고는 서둘러 빠져 나왔다. 카본마켓에 왜 외국인이 한 명도 보이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세부시티 최대 쇼핑몰인 야알라몰에는 외국 관광객들로 즐비한데 막상 유구한 역사의 세부 최대의 재래시장인 카본마켓에는 외국인이라고는 달랑 나 혼자였던 것이다.

당장, 세부당국에서는 카본마켓부터 리모델링하여 외국 관광객들을 유치할 수 있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세부시티를 돌아보니 손 데야 할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세부시티에는 야알라몰 같은 현대식 쇼핑센터, 호텔 등이 속속 들어서고 있는 것 같지만 아직은 역부족인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2016년 3월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디카시#세부 카본마켓#세부 재래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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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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