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필라델피아의 오래된 골목길을 걷다보면 간혹 낡은 주택이나 건물에 붙은 독특한 동판모양의 표지판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건물 정면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붙여진 이 표지판은 해당 건물이 화재보험에 가입되어 있음을 알려주는 일명 '화재보험 가입표지판(Fire Insurance Mark)'이다.
보통 납이나 구리재질로 되어있어 화재로 인해 보험증서가 소실되도 이 표식은 남아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는 증거로 사용되기도 했다. 한편 방화범에게는 이 집에 불을 질러도 집 주인은 보험회사로부터 보상을 받으며 보험회사에서는 그 손실을 보상받기 위해 방화범을 추적하므로 방화의 효과가 없음을 알려주는 역할도 했다.
미국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보험업은 약 18세기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당시 보험회사는 자신들만의 특색 있는 로고를 개발해서 사용했는데 어떤 표지판은 서로 손목을 맞잡은 형태로 되어 있기도 하고, 또 다른 표지판에는 나무모양이나 소방차가 그려져 있기도 하다.
18세기부터 시작된 화재 보험업은 20세기를 거치면서 미국 전역에서 성행했고 신속한 화재진압이 보험회사나 가입자 모두에게 손실을 최소화 해주는 일이었으므로 보험회사는 관할 의용소방서 운영자금의 일부를 지원하기도 했다.
한 예로 화재현장에 제일 먼저 출동해서 물을 뿌리는 소방서에 보상금을 지급하기도 해 서로 출동하려고 소방서간 과열양상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 아이디어에 착안해 뉴올리언스, 멤피스,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많은 도시에서 제일 먼저 출동해서 화재진압을 하는 소방서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법안이 마련되기도 했다.
화재보험 가입표지판과 관련해서 흥미롭게 전해지는 한 가지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화재가 발생한 건물에 화재보험 가입표지판이 붙어있지 않으면 소방대원들이 불을 꺼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이야기꾼들의 입을 타고 전해진 이 흥미로운 스토리는 20세기에 발행된 일부 기사에서 내용을 찾아볼 수는 있으나 정확한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속설'일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의용소방대원들은 화재보험 가입표지판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화재진압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다고 전해진다.
미국 소방의 한 역사를 간직한 화재보험 가입표지판. 지금은 경매에서 수백 달러에 거래되며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소중한 소장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