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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TV] 김정은이 민망하다던 북한 도로... 어느 정도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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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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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오시면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하게 할 것 같다는 점"이라며 "평창올림픽에 갔다 온 분들이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말을 듣고 가지고 있던 북한 영상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준 이가 있다. 계명대학교 언론영상학과 조현준(37) 교수. 대학 교수이자 영화감독인 그는 2013년 11월 북한에 관광객으로 들어가 시계형 몰래카메라 등을 이용해 북한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서울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캐나다에 이민을 간 조 교수는 지금도 갖고 있는 캐나다 국적을 이용해 북한을 방문했다. 이후 그는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그대로 담은 다큐영화 <삐라>를 제작해 2015년 열린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이를 상영하기도 했다.
어머니가 분단의 아픔을 겪은 '이산가족 2세'이기도 한 그는 "판문점 선언 당시 자국의 교통을 '민망하다'고 솔직하게 표현한 김 위원장의 모습을 보고, 북한의 교통 실상을 담은 영상을 언론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인도와 차도 구분 없어... 관광버스 다니는 큰 길도 '비포장'
조 교수가 제공한 영상에는 2013년에 촬영한 함경북도 라선시의 모습이 담겨있다. 영상 속 도로는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다. 차가 보행자 옆으로 위태롭게 지나가고, 심지어 중앙선도 분리되어 있지 않다. 관광버스가 다니는 큰 길이었지만 비포장인 탓인지 도로 위에 흙먼지가 가득했다.
조 교수는 <오마이TV>와 한 전화통화에서 "당시 내가 탄 버스는 함경북도 라선시에서 인근지역인 청진시로 이동했다. 관광객을 태우는 버스라 아마 그 길이 가장 큰길이었을 것이다"라며 "도로 상태가 너무 열악해 차가 매우 심하게 흔들렸다"고 말했다.
이 영상에는 북한의 철도도 등장한다. 조 교수는 "열차 속도가 매우 느렸다. 시속 50~60㎞ 정도 된 것 같았다. 또 진동과 소음이 심했다. 선로가 제대로 정비되지 못한 듯했다"고 말했다.
지하철 객실 하나에 전등 하나... '깜깜한 평양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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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석에 전등 하나... 어두컴컴한 평양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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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가 공개한 영상에는 평양의 지하철 모습도 담겨 있다. 객실이 대부분 전등이 꺼져있어 어두컴컴했다. 평양 지하철은 아직 디지털화가 되어있지 않았다.
이 영상은 2013년 8월에 평양에 들어간 조 교수의 동료가 찍어온 영상이다.
관광객에게 미소짓는 학생들..."평양 외 지역 사람들도 웃고 있어" 조 교수는 "비록 교통은 우리에 비해 열악하지만, 직접 눈으로 본 북한 사람들은 웃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공개한 영상에는 함경북도 라선시와 청진시의 도심도 있었다.
영상 속에는 광장에서 자유롭게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자전거 바구니에 가방을 넣은 여학생들은 관광객을 향해 미소를 띠며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은 평양이 아닌 곳은 모두 낙후되고, 주민들이 불행해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가난하다고 불행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직접 가서 눈으로 보니 사람들이 행복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언제든지 음악만 있으면 무도회장으로..."정말 순박해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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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까치 설날에"... 외국인들과 '막춤' 추는 평양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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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북한 사람들이 '행복해 보인다'고 했다.
조 교수에 따르면, 위 영상은 2013년 8월 평양시 일대에서 촬영한 것이다. 영상 속에서 주민들은 옷차림에 상관없이 서로 어울리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함께 있던 관광객들도 덩달아 춤사위를 곁들인다.
조 교수는 "실제로 북한을 다녀보니, 사람들이 아무데서나 자유롭게 춤을 추더라, 정말 순박하고 행복해 보였다"며 "북한의 열악한 환경에 우리는 그들이 불행할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직접 가보니 그렇지 않았다"고 밝혔다.
"편견 심어줄까 공개 꺼렸던 영상...정상회담 이후 사람들 인식 바뀌었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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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촬영 함경북도 라선과 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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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교수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그동안 묵혀두었던 영상들을 공개한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는 북한의 안 좋은 모습을 보며 북한을 싸잡아서 안 좋게 보는 경향이 있던 것 같다"라며 "핵무기 만드느라 가난하다, 통일하면 남한이 북한을 세금으로 먹여 살려야 한다는 부정적 시선도 있어서, 내가 찍은 일부 영상이 사람들에게 편견을 심어줄까 공개를 꺼려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도로가 불편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또 북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진 것 같았다. 그래서 영상을 공개하기로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나라 국민들이 북한의 실상이 어떤지, (북한의)비포장 도로나 기차 등을 있는 그대로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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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가 있어야 교감도 가능"... 남북관계 발전 기대
조 교수는 "그쪽(북한) 사람들은 우리가 누리는 것을 알지 못한다. 경험이 없는데 좋다한들 모른다. 그걸 강요해서 우리가 더 낫다, 이런 식으로 해버리면 안된다"라며 "교류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보고 기분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2016년에 탈북자 다섯 명을 인터뷰 해 이를 바탕으로 영화 <황색바람>을 만들기도 했던 그는 사회고발성 영화만을 매년 한 편씩 만들고 있다.
지난 해에는 대한민국 군대의 가혹 행위, 성추행 문제 등을 담은 사회고발성 독립영화 <시계>를 제작했다. 이 영화는 올해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 받아 5월 16일에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