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9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신문 <요미우리신문>와 진행한 서면인터뷰(8일자 게재)에서 문 대통령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저와 김정은 위원장은 남북정상간 최초로 완전한 비핵화와 핵없는 한반도 실현 의지와 목표를 직접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김 위원장은 북한 핵실험장의 5월중 폐쇄와 이를 공개할 방침을 밝혔는데 이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해주는 의미있는 조치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긍정적 토대가 될 것이다"라며 "이제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의 실현을 위한 통큰 합의와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6월 초에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북미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논의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을 "놓칠 수 없는 역사적 기회"라고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물론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지도 않았고,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낙관은 금물일 것이다"라며 "그러나 반대로 과거에 북한과의 북핵문제 협의가 실패로 귀결되었다고 하여 오늘의 협의도 실패할 것이라는 비관론에 빠지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일각의 비관론을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은 국제사회의 요구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라며 "저는 북미간 신뢰를 강화하고, 합의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가능한 역할을 다 해 나가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대화를 진행하면서 김 위원장이 아주 솔직하고 실용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라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서로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바탕으로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담대한 걸음을 시작할 것이다"라고 낙관론을 폈다.
"북일간 대화로 일본 납치자 문제 해결 실마리 찾을 수 있어"
또한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공조, 북한의 체제 보장을 위한 북일관계 정상화 등을 강조하면서 김정은 위원장도 일본과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북일간 대화가 재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북일관계가 정상화되면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도 북일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라며 "저는 아베 총리가 과거문제 청산에 기반한 북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할 의사가 있음을 전달했고, 김 위원장은 언제든지 일본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라고 전했다.
이어 일본 정부에서 요구하고 있는 납치 피해자 문제 해결과 관련, 문 대통령은 "이 문제를 중시하는 아베 총리의 요청이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인도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그간 이 문제를 북한측에 제기했고,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에도 다시 한번 직접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남북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지난 4월 24일 문 대통령과 한 전화통화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제기해 달라"라고 요청했고, 문 대통령도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 때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이 동북아 평화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말할 생각이다"라고 화답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납치 피해자 문제는 북일간의 오랜 난제로 남아 있고, 이 문제의 해결에 대해 일본내 비관론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하지만 신중을 기하면서 적극적인 자세로 대화를 해나간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북일간 현안이 해결됨으로써 오랜 세월 납치 피해자 가족들이 겪고 있는 아픔이 치유되기를 희망한다"라며 "이를 위해 일본 정부와 함께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이번 <요미우리신문>과 한 인터뷰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한일관계와 관련한 현안에도 많은 지면이 할애됐다.
문 대통령은 "정부간 조약이나 합의만으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포함한 많은 분들이 개개인의 인간적 존엄을 회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온전하게 치유하기는 어렵다"라며 "마음에서 우러난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죄가 피해자들에게 전달되고 수용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양국이 과거사 문제를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는 한편, 역사문제와 분리해 양국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추진해 나가자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왔다"라며 "제가 대일외교의 기조로 삼고 있는 이 '투 트랙' 접근은 20년 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가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정신과 궤를 같이 한다"라고 평가했다.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은 지난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도쿄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채택한 선언이다. "과거를 직시하고,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초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봤다"라는 것이 주요 골자다.
특히 이 공동선언을 통해 오부치 총리는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양국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 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고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 선언은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어떻게 한일관계를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선대 지도자들의 고심의 산물이고, 두 위대한 지도자의 지혜와 비전을 담고 있다"라며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구축의 해법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 이를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지난 4월 11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외교장관회담에서 10월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발표 2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청사진을 마련하기 위한 국장급 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임기 초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첫걸음 내딛고 싶었다"끝으로 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고민을 많이 해왔다"라며 "취임 이후 가급적 임기 초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첫걸음을 내딛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아무리 좋은 남북간 합의가 있어도 그것을 숙성시키는 과정이 없으면 다시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경험해봤기 때문이다"라며 "취임 1년이 되는 지금, 그 첫 단초가 마련되어 참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물론 합의보다는 이행과 실천이 중요하기 때문에 냉정하고 차분하게, 그리고 열정적으로 평화로운 한반도, 국민이 행복한 세상을 향한 여정을 계속 하겠다"라는 다짐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