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지 않는 것만으로 대가를 줘서는 안 된다.""동북아 안전 보장 논의에 일본도 참여하고 싶다.""일본인 납치 문제를 즉시 해결할 수 있게 한국이 협력해 달라."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9일 일본 도쿄 총리실에서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세 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이날 김의경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두 정상이 한일관계 발전 방안과 한반도 평화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요구 ①] "보상은 이르다"아베 총리는 첫 번째로 '보상'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북한에 대가를 주긴 이르다"라고 선을 그었다. 핵실험장 폐쇄 등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밝혔지만, (경제적) 대가를 주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북한의 추가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의 예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국제사회의 결의 없이 독자적으로 제재를 완화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을 수 있지만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라며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북한 선수단의 운송, 숙박, 장비 등 지원 하나하나를 유엔이나 미국의 제재에 위반되지 않도록 다 협의를 하면서 진행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독자적이나 임의로 북한과 경제 협력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며 "현재는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산가족 상봉이나 조림, 병충해 산불 방지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요구 ②] "일본도 껴달라"아베 총리의 두 번째 요구는 '일본의 참여'다. 그는 판문점 선언에 담겨있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내용이 담겨 있는 판문점 선언을 거론한 뒤 "평화체제가 구축되려면 지역 안전 보장이라는 중요한 내용이 담겨야 한다"라며 "동북아 안전보장 논의에 일본도 참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참여와 협력이 필요하다"라고 응수했다. 이어 "평화협정은 전쟁 당사자끼리 합의하는 것이고, 더 넓은 의미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체제 구축에는 일본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고, 협력해 줘야 한다"라고 답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평화협정 등 구체적인 협상 과정이 아닌 포괄적인 이야기였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등 구체적인 협상 과정을 얘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평화체제 구축 같은 넓은 의미의 개념을 썼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강조한 일본의 '참여'와 '협력' 역시 동북 평화체제라는 말도 더했다. 그는 "(문 대통령의 답은) 동북아 전체를 아우르는 평화체제 구축에 일본이 반드시 참여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분명히 밝혔다.
[요구 ③] "납치 문제, 반드시"일본의 세 번째 요구는 '납치 문제'였다. 아베 총리는 요코타 메구미 등 일본인 억류 피해자를 거론하며, "일본인 납치 문제를 즉시 해결할 수 있도록 한국이 협력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연일 일본인 납북 피해자 문제에 각을 세워왔다. 앞서 문 대통령에게 납북자 문제 관련 북한에 일본의 뜻을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고,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도 납북자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의 요청에 문 대통령은 "북한과 일본의 국교 정상화 문제에 납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면서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