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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아흔이 넘은 고모가 입원해 계신 대학병원으로 급히 오라는 기별이 왔다. 부랴부랴 도착해보니 그새를 못 참고 돌아가셨는데 빙 둘러서서 울던 조카 중 하나가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로,

"우리 고모는 조개도 아니면서 왜 입은 쩍 벌리고 돌아가셨다느냐?"

순간, 조카들의 울음이 뚝 그치고 고모 아들이 나한테 눈을 부릅떠가며 하는 말.

"형님은 돌아가신 어머니 앞에서 그게 할 소리요? 제발 철 좀 들어요. 애들 보기 창피하지도 않소?"

방금 조개가 어쩌고 한 녀석은 지은 죄가 있어서 슬그머니 나가고 병실은 울다가 웃다가 난장판이 됐다. 고모 아들은 눈을 부라리며 식식거리고 나는 어느 녀석인지 알고는 있지만 변명하기도 우스워 그냥 덮어쓰기로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옆에 있던 다른 조카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형님이 안 그랬는데? 어제가 어버이날이니 고모 팔에 꽂힌 링거 바늘이나 빼고 카네이션이나 한 송이 놓아드려요 형."


이 말이 고모 아들을 더욱 분기탱천하게 만들었다. 결국 모두 쫓겨나서 병원 앞 포장마차에 빙 둘러앉아 오뎅 국물을 후루룩거리는데 정작 고모의 임종을 이 지경으로 만든 조개 같은 녀석이 안 보인다. 어이가 없어 전화를 하니 어느새 집에 갔는지 자고 있단다. 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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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孔子)에게 있어서 시(詩)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시가 아니라 언어 그 자체를 의미한다. 공자는 무당 어머니 안(顔)씨녀 밑에서 죽음의 예식(禮式)을 보고 배우며 자란 인물이다. 결국 공자가 말하는 언어는 무당의 노래였다. 시(詩)는 무당의 노래는 흥이요, 바람이요, 언어인 것이다.

공자가 말하는 시(詩)는 신의 중얼거림이요 예(禮)의 핵심은 무당의 죽음에 대한 예(禮)이다. 또한 악(樂)은 단순한 음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과 창조이며 그것은 삶의 영감이며 죽음에 대한 무당의 예(禮)이다. 쉽게 상여 나가는 소리와 회닫이 소리를 연상하면 된다.

무당의 삶은 죽음의 삶이다. 무당은 죽음의 사제로서 어떻게 하면 죽음을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이끌어내어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하나의 문화로 만드느냐 하는 것을 고민해왔다. 인간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 종교의 존재가치가 있을까?

기독교나 불교가 노골적으로 죽음을 종교화 시켰다면 공자는 죽음을 종교가 아닌 예(禮)를 적용한 하나의 문화로 발전시키려 애를 썼다는 게 다른 점이다. 여기에 바로 유교(儒敎)가 종교로 발전하지 못한 이유가 있다. 


김용욕 선생의 책에서 발췌




#모이#인생#예#삶과죽음#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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