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조그마한 한 알의 겨자씨는 훗날 새들이 쉴 수 있을 정도의 큰 나무로 자란다. 마태복음 13장에 나온 비유로, 사회에 공헌하는 존재가 되겠다는 희망과 에큐메니칼 정신(Ecumenism)의 소망을 담고 있다.
10일 오전 11시 전남 순천YMCA 강당에서 전남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아래 전남동부NCC) 창립 선언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30여 명의 관계자가 참석했으며, 전남동부NCC 창립 발기인은 사회를 담당한 정병진 목사 등 총 39명이다.
이기정 목사와 정미영 선생은 창립선언문에서 "근대화와 독립운동의 주축이었던 한국교회는 언제부터인가 빛과 소금은커녕 세상의 근심거리로 전락"했다며 자성했다. 이러한 사례로 공공연하게 이뤄진 교회세습, 세월호 참사 후 유가족이 오히려 교회를 떠난 것 그리고 대형교회의 장로인 MB가 대통령이 되어 저지른 비리 등을 언급했다.
하지만 여전히 건강한 교회들이 존재한다는 믿음 하에, "전남동부 지역에서 새로운 교회일치운동을 시작하려"한다고 밝혔다. 1924년 조선예수교연합공의회로부터 시작하여 창립 100주년을 앞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에큐메니칼 정신을 계승, 다양성의 존중과 약자에 대한 배려를 행하며, 지역사회에서 교파를 초월하여 교회가 협력하고 연대할 것을 선언했다. 그리하여 "균형잡힌 기독교의 모습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이러한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에큐메니컬 정신 추구는 창립식 행사에서부터 드러났다. 참석자들이 모두 "여럿이 어울려야 비로소 핀다"는 구절이 있는, 이현주 목사의 시 '한 송이 들꽃은 혼자서 피지 않는다'를 낭독했다.
이어진 축하공연에서 김종옥 목사는 천주교도인 안중근 의사의 "장부는 비록 죽을지라도 그 마음은 쇠와 같고, 의사는 위태로울지라도 그 기운은 구름과 같다"를 인용한 후, 국악인 판소리 '사철가'를 양인심 고수의 북 장단에 맞춰 불렀다.
그런데 이 '사철가' 대목 중에 의미심장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늘어진 계수나무 끝끝어리에다 대랑 매달아 놓고국곡 투식허는 놈과 부모형제 불효하는 놈과형제 화목 못 허는 놈차례로 잡아다가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 버리고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여 앉아서한잔 더 먹소."부조리한 현실에 눈을 감지 않고 적극적으로 맞서며, 약자들을 위한 사회의 버팀목이 되고자 하는 종교인의 시대 참여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후 김성근 목사가 마태복음 13장 31절의 겨자씨 비유를 낭독하자, 홍인식 목사는 이 성경 말씀에 담긴 교훈을 설명했다. "겨자씨 안에 감추어진 하나님 나라의 에너지를 발견"하는 통찰력을 갖자, 지금은 보잘 것 없으나 열매를 맺는는 생명력의 씨앗이라는 점을 알기를 권했다. 그리고 '큰 나무'라는 비유에 대해 현재 대형교회와 같은 규모의 크기가 아닌, "소외되고 박해받는 작은 새들의 공간"이 되는 넉넉한 "하나님 나라의 크기"라 강조했다.
김석 순천YMCA 사무총장은 축사에서 "전남동부 NCC 총회도 있지만, YMCA에 오늘 사람잔치가 벌어졌다. 1층에서는 시민단체 회의, 어린이도서연구회가 한 공간을 차지"라고 알렸다. 그리고 "YMCA가 그런 역할을 했어야 한다"라 알리며 "전남동부NCC 사무국으로 공간을 써라"고 권하며, "동지를 얻은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후에는 최성진 목사의 진행으로 창립 총회가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