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난 자리에 배석한 백발의 중년 남성. 이 남성이 미 중앙정보국 CIA의 코리아 임무센터(KMC)장인 '앤드루 김'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할 때 장관 오른쪽에 앉았던 남성은 지난해 내가 미국에서 만난 앤드루 김이 맞다"라고 밝혔다.
지난 10일 폼페이오 장관이 2차로 방북해 김 위원장을 면담할 때 김 센터장이 미국 측 방문자로 배석한 장면이 <조선중앙TV> 화면과 <노동신문> 사진에 포착됐다. 그간 '앤드루 김이 북미 대화국면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이 화면으로 그의 역할이 확인된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북미 만남 조율했다"이 관계자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이 3월 말 1차 방북을 조율한 것도 앤드루 김이었다. 이 관계자는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회담을 사실상 앤드루 김과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이 평창올림픽 기간에 만들었다"라며 "(북미 대화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하는 게 앤드루 김"이라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앤드루 김 센터장을 만났을 당시의 분위기를 "군사옵션이라는 게 그저 강경론자들이 주장하는 협박용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은 군사 옵션 시나리오를 20여 가지 준비해 둔 상황이었고, 북한의 반응에 따라 어떤 행동을 취할지 구체적인 준비를 해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너무 전율을 느꼈다"라며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는 일, 평화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당시 절감했다"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앤드루 김이 센터장으로 있는 코리아 임무센터는 600~700명 규모이다. 앤드루 김은 백악관 내에 사무실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센터장을 두고 "한국에 대한 애정이 아주 깊다"라고 설명했다.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김 센터장은 '북한의 저승사자'라고 불리기도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의 서울고 후배이기도 하다.
앞서 그는 CIA 한국지부장과 아태지역 책임자(차관급)를 역임했다. CIA가 대북 정보 수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5월 KMC를 창설하면서 센터장으로 발탁한 것이 그다. KMC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KMC가 작성한 북한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국가안보회의(NSC)에 보고돼 대북 정책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