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의 젊은 청년이 정치를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너무 이른 나이에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라면서 걱정을 쏟아냈다고 한다. 예산군의원에 출마한 강선구(37, 더불어민주당, 예산군가선거구) 후보는 6살과 3살 두 남아의 아버지다. 두 아이의 아빠인 그 조차도 고령 인구가 많은 시골에서는 여전히 '새파란 청년'으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막상 경선이 치러지자 이변이 일어났다. 100% 당원 투표로 이뤄진 더불어민주당 예산군의원 경선에서 강 후보가 48%의 지지율을 얻고 1위를 차지한 것. 이에 대해 강선구 후보는 "다섯명의 지지자로 출발했다"라면서 "기적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예산군의회 가선거구는 조카와 삼촌이 군의원 자리를 놓고 경선을 벌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주인공이 바로 강선구 후보와 그의 삼촌 강재석 의원이다. 강재석 의원은 재선에 예산군의회 부의장까지 지낸 현역 의원이다.
강선구 후보의 삼촌인 강재석 의원은 경선 직전 자유한국당에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단순히 경선 결과만 놓고 보면 강선구 후보는 '삼촌'을 이겼다. 하지만 민주당의 젊은 당원들은 강선구 후보가 삼촌이 아닌 '민주당 구세력'을 이겼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예산군수후보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영우씨는 "당에서는 의장을 시키겠다는 취지로 자유한국당 출신의 강재석 의원을 영입했다"라며 "삼촌과 경쟁했다는 이유로 강선구 후보를 비판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생각"이라고 일갈했다. 실제로 이런 문제의식과 젊은 정치에 대한 열망은 고스란히 48%의 당원 지지로 이어졌다.
어쨌든 강선구 후보는 요즘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이색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부르면 달려 갑니다'라는 표어 아래 오토바이를 타고 예산의 곳곳을 누비고 있다. 그는 이 와중에도 주민들의 사소한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신축 원룸 주변이 밤이면 어둡다는 주민들의 하소연를 듣고 예산군청에 민원을 제기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부르면 달려가겠다'는 그의 사무실을 찾아가 봤다. 사무실에는 '주민 20%의 지지'와 선거운동 디데이(D-day) 등 선거 전략과 일정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아래는 그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사업 관계로 예산군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들었던 대답이 '네가 그렇게 잘났으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라'는 말이었다. 행정의 벽이 그만큼 높았다. 공무원들이 무조건 잘못했다는 뜻은 아니다. 협의를 통해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 텐데도 공무원의 태도가 고자세였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다.
1998년도 예산군 청소년 조례가 제정됐다. 그 이후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청소년 위원회 활동을 하며 정책 제안도 많이 했다. 하지만 개선되지 않았다. 군 행정에서 30, 40대의 의중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쉬웠다. 실직적인 청장년층의 목소리를 듣고, 그것을 정책에 반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을 대변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정치에 입문했다."
- '태안 유류피해 극복 10주년 행사'에서 음향 설치작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의 직업을 간략하게 설명해 달라."아내가 사주로 돼 있는 방송통신기술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지금은 전국에서 30위권에 드는 회사로 성장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남북철도 개통식에 참여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때 동해선 구간을 담당했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을 보며 그 시절이 생각이 났다. 가슴이 벅차고 너무나 반가웠다."
다섯명의 지지자로 출발해 48%의 당원 지지 얻어 - 당원 지지율 2%, 당선 가능성 0.1%로 출발했다고 들었다. "처음에 다섯 명의 지지자로 시작했다. 출마를 결심할 당시 예산읍 전체의 권리 당원이 400명 정도였다. 400명 중 5명의 지지자로 출발했으니 지지율은 2%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변의 반대는 물론이고 심지어 사퇴 압박도 있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정치에 입문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경선 당일에 기적이 일어났다. 48%의 당원이 나를 지지한 것이다."
- 젊은 정치인이라는 것 외에 본인이 지닌 강점은 무엇인가. "경제 분야에 대한 식견이라고 생각한다. 예산이 가진 지형과 상황적 이해가 필요하다. 대기업 유치 공약의 경우 지역민을 상대로 하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을 유치하더라도 4차 산업이나 지식기반 사업이 중심이 될 필요가 있다.
창업을 기획하고 있는 중소 상공업인나 제조업자들이 많다. 하지만 진입 장벽이 너무 높다. 공장이나 사무실 마련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예산은 이런 장벽을 낮출 수 있는 지역적 이점이 있다. 예산에서 서울 강남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수도권에 있는 IT, 방송 산업 등 스타트업 기업을 유치가 가능한 것이다."
- 예산의 경우 40대 부동층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이 있나. "현장에 가보면 40대들이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40대들의 경우 '그동안 선배들을 믿고 찍어줬는데 결국 속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40대들에게는 실현 가능성 있는 공약을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요즘은 늦은 시간까지 한분한분 만나 내 생각을 말하고, 그분들의 이야기도 듣는 이른바 '땅개 전략'을 쓰고 있다. 개중에는 내 생각에 살을 붙여 주는 분도 있었다. 현장을 돌며 예산이 인적자원이 풍부한 곳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만큼 좋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 예산은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구로 평가받는 곳이다. 이들을 움직일만한 선거 전략이 있나."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처음 만남에는 주민들이 명함조차 받아 주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명함을 받으셨고, 세 번째에는 인사를 받으셨다. 그리고 네 번째 만남부터는 가슴에 맺힌 말을 풀어 놓기 시작했다.
정치인들은 정치할 때만 찾아온다며 언성을 높이시던 한 주민은 '우리가 민원을 내면 그것을 반드시 해결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을 주민들에게 알려 달라는 것이다. 민원을 해결하지 못했더라도 그 이유만이라도 설명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20년을 살았다. 지방의회가 무슨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씀하셨다.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듣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