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만을 위한 땅이 아니다. 반달가슴곰의 통행권을 보장하라."(사)반달곰친구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이 '생물 다양성의 날'(5월 22일)을 앞두고 이같이 외쳤다. 최근 반달가슴곰(반달곰) KM-53이 이동하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가운데, 이들 단체는 '반달곰의 통행권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5월 5일 새벽 대전-통영 고속도로 생초나들목 부근에서 달리는 고속버스에 치였던 KM-53는 현재 종복원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 중에 있다.
KM-53은 당시 교통사고로 복합골절을 입었고, 종복원센터는 전남대 수의과대학팀과 함께 지난 17일 수술을 벌였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이 곰은 이틀 전부터 음식물을 섭취하는 등 점차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달곰친구들'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은 생물다양성의날을 앞두고 21일, KM-53이 교통사고를 당했던 생초나들목 근처에서 "반달곰의 통행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으로 펼침막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또 한 사람이 곰 복장을 하고 고속도로 옆에 서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 땅은 모든 생명체 함께 공유하고 공존해야 할 공간" 반달곰친구들,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은 22일 낸 성명을 통해 "우리는 '생물 다양성의 날'을 맞이하여, 이 땅과 바다가 우리만을 위한 땅과 바다가 아님을, 그곳에 깃들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과 함께 공유하고, 공존해야할 공간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고 했다.
'생물 다양성의 날'은 1992년 국제연합(UN)이 "생물 다양성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 유전자원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한 배분 등을 목적으로 하는 국제조약 '생물 다양성 협약(UNCBD)'"을 채택하면서 정해진 날이다.
우리나라는 1994년 10월 3일에 154번째 '생물 다양성 협약' 회원국으로 가입했고, 5월 22일을 '생물 다양성의 날'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그러나 '생물 다양성 협약'에 가입한 지 25년이 지난 우리나라는 생물 다양성에 접근하는 방식은 여전히 초보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사회적으로는 '생물 다양성'이란 말 자체가 낯설고, 정부의 생물 다양성을 위한 노력은 일천하다"며 "이는 멸종위기야생동물인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시작한 지 15년이 흘렀지만 안정적 서식지 확보, 지역사회 협력 등이 놀라울 정도로 답보 상태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고 했다.
반달곰 KM-53에 대해, 이들은 "지리산을 떠나 다른 삶터를 찾아 떠나던 중 통영-대전고속도로 생초나들목 부근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지난 5월 5일에 있었던 일이다"며 "도로 천국 대한민국에서 야생동물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이야 너무 흔한 일이지만, KM-53의 교통사고는 충격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왜냐하면 KM-53은 지난해에도 그 주변으로 두 차례나 이동했었고, 그 주변을 다시 이용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생태통로, 안내판, 주의방송 등에 대한 어떤 준비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덧붙였다.
'반달곰친구들'과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은 "우리 사회가 인간 아닌 다른 생명들과 함께 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인간 또한 안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니 생물 다양성은 언어가 아니라 현장의 구체적인 변화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KM-53의 교통사고는 그 변화를 지금 당장 실천하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는 KM-53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대한민국의 국토교통부는 도로계획 전반을 재검토하여 야생동물의 이동을 보장하고 도로의 친환경성을 높여라. 대한민국의 환경부는 생물 다양성에 대한 인식 증진과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정부 부처, 지자체, 지역주민, 시민사회, 연구자 등과의 협력에 좀 더 힘써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