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농촌 들녘 한가운데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와 함께,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쓰인 깃발을 앞세운 풍물패가 힘을 북돋아 주고 있다.
이맘때면 여느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모심기 풍경이다. 그러나 논에서 모를 심고 있는 것은 기계가 아닌 사람. 그것도 학생들이다. 모심기 좋은 25일 오전 금마중학교(교장, 주진익) 전교생 48명과 선생님, 지역주민 등 70여 명이 지난해에 이어 손모내기에 다시 나섰다.
오전 9시 30분 선생님과 이장님에게 손모내기 주의사항을 듣고, 바로 모내기에 들어간 학생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모내기를 시작한 지 10여분이 지나자 웃음기 가득한 아이들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진지한 모습으로 손모내기를 하고 있다.
금마중학교는 지난해 처음 전교생이 학교 인근 논에서 모내기를 했다. 또한 가을에는 자신들이 직접 수확까지 진행하며 학교 주변 마을 주빈들에게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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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학생들이 모를 심어야 할 면적은 300평으로 저마다 장화를 준비했다. 장화뿐만 아니다 학생들은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이는 지난해와 다른 모습으로 한 학생은 "작년에 한번 경험을 해봐서 이번에는 더 편한 스타킹을 준비했다"며 자신들의 노하우라고 웃으며 말했다.
학생들과 함께 모를 심고 있던 학생회장 김훈영군은 "모내기는 또 다른 수업이고 친구들과 선생님이 함께 해서 너무 즐겁다"며 "모내기를 하면서 친구관계도 돈독해지고 이런 시간이 내년에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지난해와 다른 모습은 이뿐만이 아니다. 모를 심는 속도가 굉장히 빨라졌다. 지난해에는 지역주민들의 도움으로 오후 1시까지 300평의 논에 모를 심었으나, 올해 이들은 12시가 되기도 전에 모심기를 마무리했다.
여기에도 또 다른 노하우가 있다. 2, 3학년 선배들이 1학년 후배들에게 일일이 모심는 방법을 설명해주면서 지난해보다 월등한 속도로 빠르게 모를 심었다. 물론 논에 발이 빠져 넘어지거나 하는 장면은 여전했지만 모를 심는 동안만큼은 진지함을 엿볼 수 있었다.
모심기의 백미는 바로 중간 새참 시간이다. 이날 새참은 주진익 교장이 새벽 학교에 나와 직접 삶은 수육과 학교 텃밭에서 키운 상추와 주민들의 방울토마토 등 특별한 새참이 준비됐다.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신도시에서 전학을 왔다는 한 여학생은 "모내기를 처음 경험해봐서 모든 게 신기하고 재밌다"면서 "농민들이 얼마나 어렵게 농사를 짓고 있는지 알 거 같다. 쌀을 소중히 생각하겠다"며 즐거워했다.
특히, 모내기를 준비한 주 교장은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농사를 짓고 있지만, 학생들은 직접 모내기를 하는 경우가 드물다"면서 "그래서 아이들과 모내기를 함께하고 가을철 수확까지 학생들이 직접 할 것이다"이라며 소중한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학생들이 심은 모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가을철에 수확을 해서 학교 주변 마을 어르신들을 초대해서 동네잔치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