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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도서들을 살펴보면 그림과 글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치거나 깨닫게 해주려는 어른들의 마음이 보인다. 교훈을 주거나 지식을 주려거나. 그런 책들은 어른이 아이에게 읽히고 싶은 책일 것이다. 그렇지만 어떤 책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른들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어린이에게도 재미있지만, 어른들도 읽으면 좋을 책.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볼 수 있는 책중 최근 한 달 내 나온 책들을 골라보았다.

<마음아 안녕>

<마음아 안녕>   책 표지
<마음아 안녕> 책 표지 ⓒ 책읽는곰
'안녕'이란 인사말은 다중적이다. 만날 때도 하지만 헤어질 때도 한다. 책을 열면 새장에 갇힌 아이의 그림이 나온다. 이 책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큰 주제를 보여준다.


주인공 아이의 주변에는 괴물이 많다. 항상 '빨리빨리'를 외치고, 건성으로 듣고 '끄덕끄덕' 하고, 매번 '메롱메롱' 놀리고, 욕심내며 '내꺼내꺼'를 외치는 괴물 등. 아이의 속마음과는 다른 유혹과 괴롭힘이 아이에게는 괴물로 다가온 것이다.

괴물의 괴롭힘에 하고픈 얘기를 마음에 담아둔 아이의 빨간 옷이 점점 회색으로 짙어지고 진흙처럼 굳어진다. 마음의 소리에 갈등하는 아이는 마침내 그 회색 옷을 깨어버리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얘기를 괴물들에게 한다. 아이 덕분에 주변이 변화한다.

'안녕'은 닫혔던 마음에 고하는 인사였고, 열린 마음을 환영하는 인사였다. 어른들의 다그침과 친구들의 놀림이 아이들에게는 괴물로 다가갈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동물과 곤충의 특성을 재미있게 잡아 괴물로 표현하고 속마음을 얘기할 때 괴물들을 제압하는 그림도 동심을 반영하듯 유쾌하다.

예쁜 빨간 옷이 점점 짙어지며 진흙처럼 굳어지는 모습은 상처받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듯했고, 속마음을 표현할 때 진흙이 갈라지듯 보이는 모습은 변하는 아이의 마음을 보듯 시원했다. 이렇듯 모든 그림이 상징적이고 동심을 대변하는 듯했다.

<웅고와 분홍돌고래>

<웅고와 분홍돌고래>   책 표지
<웅고와 분홍돌고래> 책 표지 ⓒ 비룡소
크레용으로 그린 자연은 아프리카 혹은 남아메리카의 열대우림을 옮겨 놓은 것 같다. 크레용이라 더 친숙하게 다가오는 그림이다.

분홍돌고래를 만나고 싶은 '웅고'는 하마를 닮은 강아지 '하마'와 게으름뱅이 '악어'와 함께 길을 나선다. 그러나 귀한 분홍돌고래를 만날 수 없어서 지친 두 친구는 돌아가고 웅고 혼자 남게 된다.

짙푸른 숲에 혼자 남은 빨간 옷을 입은 작은 웅고의 모습이 외로움을 나타내지만, 웅고는 아이답게 외로움을 떨친다. 분홍돌고래만 찾던 눈을 주변으로 돌리니 다른 동물들 혹은 친구들이 보인다.

작가는 밀림 구석구석에 숨어 돌아다니는 진귀한 동물들을 크레용으로 재미있게 표현했다. 이름도 낯선 캐피바라, 잎꾼개미, 붉은눈청개구리 등. 웅고는 어느새 분홍돌고래는 잊고 주변의 동물 친구들에게 마음을 뺏긴다.

혼자 남은 웅고가 마음에 쓰여 다시 나온 하마와 악어의 위로에 분홍돌고래를 이미 본 듯하다고 고백한다. 웅고가 외로울 때 찾아온 친구들이 분홍돌고래이다. 마음에 숨겨두던 귀한 것이 사실은 내 옆에 있는 친구라는 은유를 보여주는 책이다. 주변 환경에 몰입하는 아이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크레용으로 그린 그림도 따뜻하지만, 동물학자인 형의 도움으로 보이는 밀림과 동물들 표현도 사실적이면서 동심을 담고 있어 재미있는 책이다.

<콰앙!>

 <콰앙> 책 표지
<콰앙> 책 표지 ⓒ 시공주니어
글도 많지 않고 크레용 혹은 파스텔로 단순화한 그림이지만 생각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책은 두 교통사고를 연속으로 보여준다. 아이가 차에 다치는 사고와 그에 이어진 어린 고양이가 다친 사고. 특히 두 사고에 대처하는 사람들, 어른들의 모습을 대비하며 보여준다. 아이의 사고에는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고 구급대와 경찰에 신고하지만, 고양이의 사고에는 무심한 모습을 보여준다.

두 사고 모두를 목격한 아이의 외침이 어른의 마음을 뜨끔하게 만든다. 다친 고양이도 도와줘야 하지 않냐며. 그러나 다친 고양이에게는 어미로 보이는 고양이만 다가가 입에 물고 어딘가로 사라진다.

어쩌면 같은 자동차 사고일 수도 있지만, 어른들이 보여준 다른 시선을 꼬집는 아이의 마음을 담았다. 그 아이도 자라면 그런 어른이 될까? 반대로 그 어른들이 어렸을 땐 어땠을까? 짧고 단순한 형식의 책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강대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오피니언뉴스에도 게재됩니다.



웅고와 분홍돌고래

김한민 지음, 비룡소(2018)


마음아 안녕

최숙희 글.그림, 책읽는곰(2018)


콰앙!

조원희 지음, 시공주니어(2018)


#어린이 책 리뷰#콰앙#웅고와 분홍돌고래#마음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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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을 지나며 고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을 답사하며 얻은 성찰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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