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8일 오후 6시 33분]"이번에는 2번, 경제 살리는 2번, 민생 살리는 2번!"8일 오전 9시 58분, 서울역 앞.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등장해 서울역을 오가는 시민들에게 한 표를 부탁했다. 그러나 몰려든 취재진과 자유한국당 선거운동원들 사이를 지나가는 시민은 없었다. 대부분 그 자리를 피해 다른 문으로 걸어 들어갔다.
"2번을 찍으면 세상이 두 배로 좋아진다"라고 외치던 홍 대표는 정확히 3분 후인 오전 10시 1분, 들고 있던 피켓을 내려놨다. 그리고 선거운동원들에게 "수고한다"라며 악수를 나누고 이동했다.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대자 잠깐의 대화가 오갔다. 홍 대표는 "사전투표율이 30% 넘으면 우리가 이긴다"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오전 10시 3분. 등장한 지 약 5분 만에 홍준표 대표는 다음 일정을 위해 서울역을 떠났다.
2018 전국지방동시선거의 사전투표 첫날인 8일, 각 정당 및 후보들은 투표 독려를 위해 투표소 인근에 등장했다. 사전투표를 위해 투표소를 찾는 유권자들도 많았다. <오마이뉴스>가 서울 내 투표소 세 곳의 풍경을 들여다보았다.
[서울역] 다양한 성향의 유권자들... "더 많이들 투표하러 나왔으면"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교차하는 서울역 투표소는 그만큼 다양한 성향의 유권자가 교차하고 있었다. 서울역 3층에 마련된 투표소는 지방으로 떠나는, 혹은 지방에서 서울에 갓 도착한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줄 지어 있었다. 이들을 취재하려는 기자들도 많아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부산 가는 길에 투표했다는 김봉언(34)씨는 "지방선거 열기가 높지 않아서 걱정"이라면서 "사전투표율도 기대만큼 높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깜깜이 선거가 될까 걱정"이라면서 "후보 개인보다는 너무 당만 보고 투표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여당 쪽으로 너무 많이 기울까봐 소신껏 투표했다"라고 밝혔다.
함께 투표에 나선 커플도 있었다. 김호상(28)씨는 연인과 서울에서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인천에서 올라왔다. 그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 비해 열기도 그렇고 선거 분위기가 많이 안 올라오는 것 같다"라면서 "사전 투표하러 와 보니 걱정한 것만큼 (투표율이) 낮을 것 같지는 않지만, 기대에는 여전히 못 미친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참여율이 높을수록 국민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는 분위기가 생길 텐데, 더 많이들 투표하러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김씨와의 데이트를 위해 대전에서 올라왔다는 조수진(26)씨도 "젊은 사람들이 많이 투표를 해야 정치인들이 젊은 세대에게 많이 투자할 텐데, 투표율이 별로 안 높을 것 같아서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너무 많다 보니까, 솔직히 후보 개개인을 다 살펴볼 수는 없었다"라면서 "발품을 많이 팔면서 최대한 홍보를 열심히 한 분에게 표를 드렸다"라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부산 해운대에 거주하는 김우승(72)씨는 "서울에 일 보러 온 김에 투표했다"라며 "사전투표는 원래 일이 있는 사람이 미리하는 거니까, 사전투표율이 높고 낮음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은 원래 뜨거운 곳이었다. '야도 부산'이라고 하지 않았나"라면서 "정책과 당을 보고 뽑았다. 부산 최종 투표율도 아주 높을 것"이라며 웃어 보였다.
[신촌] 청년 유권자들 투표 열기 높아... "정당 중요하게 봤다"
"우리 청년들이 촛불을 들고 나라를 바꾸기 위해 거리를 가득 메웠다. 대통령도 바꾸고 정권도 바꿨다. 여러분의 힘에 의해서 바뀐 대한민국인데, 당연히 노동이, 청년이 당당한 대한민국이어야 하지 않겠나."
8일 오전 11시 45분, 신촌 유니플렉스 앞 광장에서 투표 독려 및 유세에 나선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청년' 유권자에게 호소했다. 김종민 정의당 서울특별시장 후보와 함께 유세차량 위에서 청년 유권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던 그는 약 30분 후 차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주변 청년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눴다. '셀카'를 요청하는 시민도 있었고, "소수정당이지만 응원한다"라며 웃어 보이는 청년도 있었다.
연희동에 거주하는 취업준비생 이아무개(29)씨는 지방선거 열기가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잘 모르겠다. 내 주변 친구들은 다 한다고 하더라"라고 부정했다. 유세장에서 약 300m 떨어진 곳에 있는 신촌동 자치회관 앞은 백팩을 메고 있거나 노트북을 들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연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사이에 있는 이 사전투표소는 공강 시간을 활용해 한 표를 행사하려는 청년들로 붐비고 있었다. 이씨는 이번 선거 당선자들에 대한 당부의 말로 "청년지원책을 더 많이 늘려줬으면 좋겠다"라고 첨언했다.
경상남도 출신 김아무개(25)씨와 경기도가 고향인 안아무개(24)씨는 학교에서 만난 친구 사이다. 김씨는 "13일에 고향에 가서 투표할 수가 없어서 오늘 투표하러 왔다"라고 밝혔다. 그는 투표 열기가 낮은 것 같냐는 질문에 "사전투표 첫날이고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렇게 보이는 것 아니냐"라면서 "친구들과 선거 얘기 많이 한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투표에서 "정당을 제일 중요하게 봤다"라면서 "이번엔 당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라고 웃었다. 안씨는 "후보자들이 공약을 굉장히 많이 내놨는데, 그 공약대로 꼭 잘 지켰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기자가 만난 유권자 중에서는 '정당'을 보고 투표했다는 이들이 많았다. 경기도 포천에서 거주하는 박아무개(20)씨 역시 "당을 제일 중요하게 봤다"라고 꼽았다. "이번에는 좀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라는 게 이유였다. 투표 열기에 대한 우려에도 "제 주변에는 관심이 많은데 왜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경기도가 고향인 정아무개(21)씨 또한 "어떤 정당 소속인지를 열심히 봤다"라면서 "지지하는 정당의 목소리를 더 키워주고 싶었다"라고 후보자 선택 이유를 밝혔다.
[여의도] 직장인들로 점심시간 붐벼... 투표 미루는 유권자 있기도
"오전에는 이렇게까지 붐비지 않았는데... 아까 낮에는 저 밖에까지 줄이 길었어요."여의도동주민센터 1층에서 투표하러 몰려든 유권자들을 안내하던 한 선거관리원은 "점심시간을 맞아 직장인 분들이 정말 많이 오셨다"라고 전했다. 8일 낮 1시, 여의도 사전투표소는 투표 순서를 기다리는 직장인들로 인해 1층부터 4층 계단까지 줄이 이어졌다. 이게 그나마 '피크'를 지나서 나아진 거라는 게 선거관리원의 설명이었다. 시간이 부족해서 "다음에 와야겠다" "점심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라며 투표를 미루는 직장인들도 있었다.
여의도에서 직장을 다니는 류현주(28)씨는 원래 집이 목동이다. 그는 "13일에 투표를 못할 수도 있어서 할 수 있을 때 미리하려고 왔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에 대한 주변의 관심도 높다"라면서 "오늘도 30분이나 기다렸다. 직장 동료들도 '투표 꼭 해야겠다' '나도 가서 뽑아야겠다' 같은 말을 많이 한다"라고 전했다. 이번 투표를 위해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후보자들의 공약을 열심히 봤다"라면서 "지역구냐 비례냐 당을 중요하게 본 투표도 있고, 후보 개인을 유심히 본 투표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선자에게 "대한민국을 위한 신념을 가지고 정치해주셨으면 좋겠다"라는 당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강아무개(43)씨 또한 일터가 여의도에 있다. 그는 "13일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오늘 투표하러 왔다. 원래는 동작구에 산다"라고 말했다. 투표 열기에 대해서는 "확실히 평일이라 직장인들이 많이 온 것 같다. 오늘 투표소 분위기만 보면 4년 전 지방선거보다 이번이 더 열기가 높다"라고 평했다. 그는 "지방선거의 특성상 후보의 면면을 모두 살피기가 어렵다"라면서 "기초는 정당을 많이 봤고, 광역은 후보자 개인을 많이 봤다"라고 밝혔다. 이어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기초의원들도 우리 세금으로 월급 받으시는 분들인데, 선거 때만이 아니라 평소 활동도 좀 살펴볼 수 있는 루트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6.13 지방선거 1일차 사전투표율은 8일 오후 6시 현재 8.77%를 기록했다.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동시간대 사전투표율(11.70%)에 비하면 낮지만, 지난 20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 동시간대 사전투표율(5.45%)보다는 높은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