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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청년들의 삶은 고달프고 힘들다. 청년들의 문제는 비단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로 확산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기는 쉽지 않다. 청년들은 어떻게 살아가 있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해결책은 무엇인지 청년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려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4월 체감실업률은 22.7%다. 청년들의 부채 규모를 보면, 사회에 나오기도 전부터 학자금 대출 등으로 수 천 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데, 취업이 안 되니 갚아나갈 희망도 없다. 일자리 정책은 그동안 수도 없이 많았지만 청년들이 진짜 원하는 일자리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취업 준비기간이 길어지며 생활비 등 경제적 문제와 자존감 하락, 스트레스로 극단적 선택까지 불러온다.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있을 거라는 희망이 가장 필요해"
|인터뷰| 취업준비생 박성민(27)씨
 취업준비생 박성민씨
취업준비생 박성민씨 ⓒ 김강현


- 어떤 직종으로 취업을 준비하나.
"금융권이나 회계 관련 직종으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원래 다른 학교 공과대학을 다녔는데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재수를 결심하고 경영대학에 왔다. 금융권은 벌이도 괜찮고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준비하고 있다. 휴학기간까지 합치면 2년 정도 취업 준비 중이다."

- 평소 하루 일과는?
"7시에 일어나 학교에 온다. 취업을 준비하며 휴학했기 때문에 지금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다. 8시쯤 학교에 도착하면 수업을 듣거나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하루를 보낸다. 밤 11시 쯤 집으로 돌아가 씻고 운동하거나 신문을 보며 잠시 쉬다가 1시쯤 잔다. 주말에는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다."

- 취업을 준비하며 가장 힘든 점은?
"외로운 거다. 사람을 만나고 싶은데 못 만나는 게 가장 힘들다. 휴학하고 고향인 강원도에서 공부하며 취업을 준비했는데 정말 외롭더라. 지금도 마찬가지다. 친구들이나 사람들을 만나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공부해야 하니 하루 종일 하는 말이라곤 분식집에 점심 먹으러 가서 주문하는 게 전부일 때도 있다. 매일 이런 상황이라 기분이 한번 우울하면 며칠 동안 지속되기도 한다.

생활비 문제도 걱정이 크다. 아르바이트를 하긴 하지만 주말에 잠깐 하는 거라 결국 부모님에게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변에 취업한 친구들은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하는데, 나는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우울하기도 하다."

- 취업을 준비하며 가장 어려운 점은?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면접에서 인격모독을 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기도 한다는데, 나는 면접이라도 보고 싶다. 서류에서조차 합격이 안 돼 면접을 본 적이 없다.

지금은 공인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는데 교재비나 인터넷 강의료 등이 너무 많이 든다. 생활비만 해도 부담하기 벅찬데 공부하는 데도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주변에서 주는 압박도 힘들다. 눈을 낮춰 중소기업에 들어가라는 말을 하는데 막상 보면 대기업과 격차가 너무 심하다보니 더 좋은 회사를 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동안 공부하고 노력해온 게 아깝기도 하다.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하고, 후에 집도 얻고 결혼도 하고 싶은데 중소기업에 가면 앞으로 평생 삶의 질이 낮아지는 느낌이라 중소기업을 선택하기 힘들다."

- 취업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지원은
"금전적 지원이 필요하다.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서는 '청년수당'도 나온다고 하는데, (지금 살고 있는) 인천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 내 고향인 강원도 고성군에서도 취업지원비를 90만 원까지 주기도 했다. 재정 규모가 훨씬 더 큰 인천에서 이런 걸 왜 안 하는지 모르겠다. 또,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중소기업이 좋아져 일부 대기업에만 몰리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에도 눈을 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눈이 높아서 대기업만 가길 바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좀 살 만해지기를 바라니까 그러는 것이다. 그저 안정적 삶을 바라는 것이다."

- 취업준비생으로서 바라는 점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부모님 세대에는 나만큼 노력하지 않아도 좋은 회사에 들어가고 혼자 벌어서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을 만큼 벌 수 있었는데, 지금 나는 너무 힘들다.

더 절망적인 건 나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도 다 힘들게 살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우리가 부족해서 취업을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자꾸 그렇게 느껴진다.

근데 또 웃긴 건, 이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취업을 잘만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이 터졌다. 얼마 전에는 관련 국회의원들의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더라. 이걸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도대체 나와 내 친구들은 이런 세상에서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할까, 노력해도 되기나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니 힘이 쭉 빠졌다.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있을 거라는 희망이 가장 필요하다."

시작도 전에 짊어진 짐
 30세 미만 청년층의 1가구당 평균 부채 규모.(자료ㆍ통계청‘가계금융복지조사’)
30세 미만 청년층의 1가구당 평균 부채 규모.(자료ㆍ통계청‘가계금융복지조사’) ⓒ 김강현

청년가구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전체 가구의 부채도 증가하긴 마찬가지지만, 청년층은 그 폭이 훨씬 더 크다.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평균 부채 규모는 2012년 5450만원에서 2016년 7022만 원으로 28.8% 증가한 데 비해 30세 미만 청년 가구의 부채 규모는 같은 기간에 1283만 원에서 2385만 원으로 85.9%나 늘었다.

학자금 대출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공개한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 규모는 2009년 1조 2000억원에서 2015년 2조1000억 원으로 1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 취업포탈사이트 '잡코리아'가 지난 4월 발표한 2018년 중소기업 평균 초임 연봉은 2567만 원이다. 월 214만 원, 세금을 제하면 200만 원 남짓한데, 결혼과 출산은커녕 빚을 갚기도 벅차다.

하지만 청년들을 위한 부채 경감이나 신용회복 정책은 많지 않다. 청년들의 부채는 대부분 학자금 대출로 시작하지만, 주거ㆍ일자리 등 수많은 부분과 연계돼있기 때문에 정확한 실태조사로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요즘 애들은 눈이 너무 높아

일각에서는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청년들이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일자리는 많다"고. 과연 그럴까? 많은 청년들은 연봉 수 천 만원의 '꿈의 직장'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인터뷰한 박씨처럼 안정적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필요한 것이다.

시작도 하기 전부터 빚을 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청년들이 대기업이나 공기업, 공무원 등 안정적이고 고임금의 일자리를 원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취업 준비 중인 다른 한 청년은 "물고기 다섯 마리 주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배불리 먹으라는 상황이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면 배를 채울 수 없다. 그러니까 너도나도 다 힘든 거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미래를 설계하고 꿈을 꾸기에는 서있는 자리조차 불안한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는 절실하다.

좋은 일자리가 필요해
 대학에 걸려있는 취업 정보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는 학생.
대학에 걸려있는 취업 정보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는 학생. ⓒ 김강현

하지만 좋은 일자리는 고사하고 정규직 일자리를 잡는 것부터 힘든 상황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 결과를 보면, 30세 미만 청년층에서 비정규직 신규 취업 비율은 2007년 54.1%에서 2015년 64%로 증가했다.

언제 해고당할지 걱정하지 않고, 학자금 대출을 갚으면서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을 받아야 좋은 일자리라 할 수 있다. 또, 전망이 있고 경력 관리에도 도움이 돼야하고, 미래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현실에서 그런 일자리는 대기업이나 공기업 등, 매우 한정적이다. 중소기업에도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격차를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이어 민간부문에서도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격차를 줄이거나 없애야한다.
또, 청년의 눈높이가 아니라 기업의 눈높이를 낮춰야한다. 지금 청년들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스펙을 갖고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인재들이다. 이런 인재들이 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지 기업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니다. 아프면 안 된다. 청년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아파야하는 사람은 없다. 통계청이 조사한 2011~2016년 30세 미만 청년가구의 품목별 소비 증감률을 보면, 보건(-7.2%), 가정용품(-6%), 식료품(-1.8%) 등에 대한 소비는 줄어들었지만 교육(10%), 주거(2.3%) 분야 소비는 늘어났다. 건강도 내팽겨 치고 먹을 것도 아껴가며 취업을 준비하는 데 돈을 쓰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은 계속 아프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2012~2016년 우울증을 앓은 청년의 연평균 증가율은 4.7%다. 이는 전체 세대(1.6%)의 세 배에 가까운 수치다. 취업 준비과정에서 7명 중 1명(15.3%)은 자살을 생각한 적 있다는 연구 자료도 있을 정도다.

정신적인 면뿐만 아니라, 병원에 갈 돈이 없거나 시간이 없어 병을 키우고 있는 청년도 많다. 하지만 취업준비생은 그 어디에서도 건강권을 보장받지 못한다. 취업해서 회사에서 실행하는 건강검진을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사, 영양·수면 부족 등으로 몸이 망가져 가지만,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이 스스로 스트레스성 질환들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관리할 수 있게 안내하는 교육과 캠페인 등도 필요하다. 이뿐만 아니라,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게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강화해야한다.

청년들의 삶, 통계로 표현되지 않아

삶을 통계나 숫자로 표현하려하기도 하는데, 단순 통계수치로만 비교해도 취업 준비 중인 청년들의 삶은 행복하다고 보기 어렵다.

개인 문제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많은 청년이 힘들어하고 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의 문제는 단편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노동·주거·교육·건강·복지·경제 등 수많은 분야가 얽혀 있어, 종합적으로 연구해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그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나가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엔 청년들의 목소리가 들어가야 한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당사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식의 수혜적인 정책과 지원이 아니라, 청년 문제가 사회 전반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고 그 해결을 위해 청년들과 머리를 맞대야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게시 되었습니다.



#청년#취준생#취업#청년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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