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이 순간,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게 돼 가슴이 벅찹니다. 다 함께 외칩시다. '대~한민국!'""'대~한민국!' (짝짝짝짝짝)"싱가포르 한복판에 한국식 응원 구호인 '대~한민국!'이 울려 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세기의 회담'을 시작한 가운데, 싱가포르 한인회 소속 30여 명이 함께 모여 북미정상회담을 실시간으로 시청한 탓이다. 이들 한인회 사무실은 회담이 열리는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약 6km 떨어진 곳으로, 자동차로 약 13분 거리에 있다.
12일 싱가포르 한인회 회장인 노종현씨는 마이크를 잡고 "이런 역사적 순간에 한인회관에서 함께해 너무 기쁘다. 국민들을 대표해 여기 있다는 게 정말 가슴 벅차다"라며 "어제 김 위원장이 묵는 호텔 앞에서 기다렸는데, 김 위원장이 시내 외출 뒤 밤 11시 10분 쯤 들어오더라. '저렇게 여유 있는 걸 보니 오늘 회담에 좋은 결과가 있겠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긴장돼 어제 잠도 설쳤다. 성공적인 회담을 위해 응원하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트럼프-김정은 악수하자... '환호성'현장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 악수하는 순간이 방송되자, 이를 지켜보면 싱가포르 한인 30여 명은 손뼉을 치며 환호하는 모습이었다. 한 참석자는 '와'라며 낮은 탄성을 내기도 했다. 이들 북미 정상이 10여 초간 서로 악수한 뒤 단독회담에 들어가자, 탁자를 두고 마주 앉은 참석자들은 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로 건너편에 앉은 상대방과 서로 '악수'하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
회담을 실시간으로 보며 "대한민국 파이팅" "대~한민국!" 등을 외친 참석자들은 모두 특별 제작한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위원장 등 세 명의 웃는 얼굴과 함께 '하나의 위대한 한국을 만들자(MAKE KOREA ONE AGAIN)'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였다. 이는 트럼프가 대선 때 사용한 구호를 패러디한 것으로, 일부 참석자들은 티셔츠를 입은 채 웃으며 '셀카'를 찍기도 했다.
이날 현장은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KBS, SBS 등 한국 지상파 방송사뿐 아니라 싱가포르 미디어, 영국BBC, 뉴질랜드TV 등 전 세계 취재진이 20여 명 넘게 몰렸다. 외신기자들도 티셔츠를 들고 사진을 찍는 등 흥분된 분위기였다. 싱가포르에서 왔다는 토이밍 기자(26, 여성)는 "어제 김 위원장 외출하는 걸 보니 K-POP 아이돌 같더라"라며 "트럼프와 김정은 둘 모두에 좋은 기회다. 어쩌면 둘의 '브로맨스'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라고 웃었다.
싱가포르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한다는 조이 이휘휘(38, 여성)씨도 "첫 만남으로 모든 걸 이룰 수는 없겠지만, 안전할 뿐 아니라 양쪽에 중립적인 국가라는 점에서 이곳 싱가포르는 양 정상이 만날 좋은 장소"라며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또한 그간 김 위원장이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회담 전날(11일) 싱가포르 식물원 등 외출해 산책하는 모습을 보며 매우 신기했다고 한다.
이들 싱가포르 한인회 참석자들은 북미정상회담이 끝날 때까지 모여 회담 모습을 계속 시청한 뒤, 오후엔 함께 식사를 할 예정이다. 실시간 시청을 위해 회담 시작 1시간 반 전부터 간식과 의자 등을 준비한 한인회 직원 류다은(28)씨는 "한 달 전부터 오늘을 준비했다. 이렇게 많은 내외신 기자들이 올 줄은 몰랐다"라며 "북미 정상이 처음 만나는 건데, 만남 자체가 매우 역사적이라고 본다. 전 세계가 지지하는 만큼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노종현 한인회 회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따로 만나 양 정상에 바라는 점도 말했다. 그는 카펠라 호텔 안에서 단독으로 마주 앉게 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을 향해 "두 정상이 정말 마음을 비우고, 좋은 결과를 도출해내는 데 함께해줬으면 좋겠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모두 함께 '파이팅'"이라며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