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타올랐던 촛불 민심을 다섯 글자로 요약해봤다. 정의와 공정, 이를 바라는 민심이 2017년 5월 대통령이라는 정치권력을 먼저 교체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다. 그리고 대통령은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답으로 '평화'를 갖고 돌아와 이렇게 말했다.
"민주주의와 함께 우리 국민 모두의 소망이었던 한반도 평화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평화는 민주주의와 한 몸입니다. 민주주의의 진전은 평화의 길을 넓히고 평화의 정착은 민주주의의 토대를 더욱 굳건히 만들 것입니다." (6.10 민주항쟁 31주년 기념사 중)다시 이틀이 지났다. 그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0년만의 악수'를 나눴고, 그들은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서명"을 했다. 평화와 번영을 이루자고 약속했다. 그리고 다시 '아침'을 맞았다.
과연 유권자들은 촛불 민심이 반영되지 않은 정치 권력을 어떤 형태로 교체할까. 그리고 유권자들의 표심은 앞으로 어떤 의미를 갖게 될까. 이 두 가지 질문을 핵심으로 '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관전 포인트를 10가지 짚어봤다.
경기도지사·경남도지사 선거와 '홍준표 패싱'의 연관성첫 번째 포인트로 경기도지사 선거를 꼽았다
(관전 포인트 ①). 이재명·김부선 스캔들은 경기도를 선거 막판 최대 관심 지역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이른바 '이부망천' 발언 또한 표심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떠올랐다. 혼란스럽기 짝이 없던 시간들이 끝났다. 유권자들은 '평화와 번영'의 동반자로 누구를 선택할까.
한때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드루킹 사건' 바람은 외려 한풀 꺾인 모양새다. 특검 수사 결과 발표가 선거 이후라는 점 때문에 표심에 미칠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란 분석, 수사 결과에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자유롭지 못해 여전히 강력한 변수라는 시각 또한 분명 존재한다. 1995년 민선 1기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소속으로 경남도지사에 당선된 이는 아직 한 명도 없다. 따라서 경남도지사 선거의 승패 역시 중요한 관전 지점이다
(관전 포인트 ②).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직도 걸려있다. 그는 지난 4월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여섯 곳을 사수하지 못하면 사퇴한다.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공언했다. 최근 지상파 방송3사 합동 여론조사에서 17개 광역단체장 중 자유한국당이 우세를 보인 곳은 대구와 경북 등 단 두 곳이었다. 자유한국당이 경남도지사를 잃는다면, 이는 곧 홍 대표의 목표 달성이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한국당의 '아성' 깨질까? 깨지는 만큼 '보수 재편'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또한 목표를 내걸었다. "시장 선거 뿐 아니라 서울 25개구 구청장 선거를 모두 승리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자유한국당의 아성으로 평가받는 강남·서초·송파 구청장 선거에 관심이 쏠린다
(관전 포인트 ③). 특히 서초구와 송파구는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당의 강남 불패 신화는 무너질까? 6.13 선거의 세 번째 관전 포인트다.
경남·경북 지역 선거도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관전 포인트 ④). 역시 오랫동안 한국당의 '아성'이었다. 특히 부산광역시장, 울산광역시장 선거를 주목할 만하다
(포인트 ④-1). 부산시장은 1995년 이후 23년 동안 한국당 계 정당 후보의 몫이었다.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는 8전 9기에 도전한다. 그는 1992년부터 2016년까지 울산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6차례, 시장 선거에 2차례 나섰다.
진주시장 선거를 주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포인트 ④-2). 2014년 지방선거 당시 홍준표 경남지사 후보는 진주에서 61.6%의 득표를 기록했다. 경남 전체 득표율(58.85%)보다 높은 수치였다. 그만큼 전통적으로 보수의 '입김'이 강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MBC경남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갈상돈 민주당 후보 41.6%, 한국당 조규일 후보 44.5%로 접전 양상이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당 입장에서는 대구·경북 지역 선거 역시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일~5일 KBS·MBC·SBS 방송 3사가 의뢰해 칸타퍼블릭·코리아리서치센터·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구시장 선거의 경우
(포인트 ④-3) 권영진 한국당 후보(28.3%)가 임대윤 민주당 후보(26.4%)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도지사의 경우
(포인트 ④-4)는 이철우 한국당 후보(29.4%)가 오중기 민주당 후보(21.8%)보다 강세를 보이고 있다. 두 곳 중 어느 곳이든 한국당 후보가 탈락한다면, '정치 혁명'임이 분명하다. 6.13 선거의 네 번째 관전 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보수 재편의 관점에서... 홍준표 '사천' 논란 일었던 이 지역
다섯 번째 관전 포인트로는 경남 창원 시장 선거와 부산 해운대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꼽았다
(관전 포인트 ⑤). 모두 홍준표 대표의 이른바 '사천' 논란이 일었던 지역이다. 창원시의 경우 현직 시장인 안상수 후보 대신 조진래 후보가 공천됐고, 부산 해운대을 국회의원 후보로는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이 낙점됐다. 모두 홍 대표의 측근으로 평가받는 인사들이다. 이들 선거구에서 한국당이 패한다면 선거 이후 '홍준표 패싱'은 더욱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홍준표 패싱'은 또 필연적으로 보수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다. 때문에 대구·경북 지역에서 바른미래당 후보들이 얼마나 표심을 끌어모을 지도 관심거리다. 바른미래당 김형기 대구시장 후보, 권오을 경북도지사 후보 성적표가 주목된다
(관전 포인트 ⑥).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둘 중 한 사람이라도 당선되면 이번 선거 최대의 정치적 이변"이라며 "낙선하더라도 득표율이 중요하다"고 했다.
보수 재편의 관점에서 보면, 서울 시장 선거에서 누가 2위를 차지하느냐도 주요 관전 지점이다
(관전 포인트 ⑦). 만약 김문수 한국당 후보가 3등으로 밀려난다면, 그 충격 역시 홍 대표가 껴안아야 한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가 3등으로 밀려난다면, 유승민 공동대표 역시 그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부산 중구영도구)도 주목할 만한 싸움들이다. 그는 지난 3일 부산 집중 유세 과정에서 "정치를 잘못해 여러분을 고생시켜 사죄한다"면서 "지방선거가 끝나면 마음을 완전히 비우고 분열된 보수를 통합·재건해 다음 대선에서 한국당이 정권을 찾아올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에 도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6.13 선거에도 적용되는 폼페이오의 이 말, 'SCSP'
그래서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 또한 향후 정계 개편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관전 포인트 ⑧). 또한 지금의 국회는 촛불 민심이 반영되지 않은 곳이다. 민주당이 12곳 중 어느 정도 가져가느냐가 역시 관심거리. 앞서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이 11곳에서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표심'은 항상 그렇듯 예측 불가다.
촛불 민심이 정의당에게 어떻게 작용할 지도 주목할 만 하다. 특히 상대적으로 표심이 유연하게 작동할 여지가 큰 기초의원 선거에서 정의당이 어느 정도 성적을 낸다면, 향후 지자체 의정 활동은 이제까지와는 달리 큰 폭의 변화를 맞을 수 있다. 서울시 구의원 선거
(관전 포인트 ⑨)를 살펴보면, 정의당은 19개구에 26명의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역시 투표율이다
(관전 포인트 ⑩). 1995년 민선 1기 지방선거 투표율은 68.4%였지만, 그 뒤로는 줄곧 5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이례적으로 높은 20.14%라는 사전 투표율은 60%를 넘는 최종 투표율을 기대하게 만드는 수치다.
"강하고(strong), 연결되고(connected), 안전하며(secure), 번영하는(prosperous) 북한의 모습을 상상한다."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행할 경우 보상을 상징하는 단어, 'SCSP'.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 달 31일 미국 뉴욕에서 김영철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과의 회담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제시한 단어들이었다. 당연히 대한민국에도 적용할 수 있는 단어다. '강하고, 연결되고, 안전하며, 번영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표심이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