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정치의 결과는 '추풍낙엽'이었다. 경기도 안산시에서 벌어진 일이다. '4.16생명안전공원(세월호 추모공원) 화랑유원지'를 '세월호 납골당'으로 덧씌워 '전면 백지화' 공약을 내걸었던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후보들이 대거 낙선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안산, 세월호 추모공원 비하 보수 야당 심판).
선거 전부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아래 가족협의회)가 선거 공보물에 '납골당' 프레임을 내건 후보들을 추려 선정한 명단 18명 중 15명의 후보들이 우수수 탈락했다. 다만 '납골당' 프레임의 중심에 섰던 강광주 시의원 후보(안산시마선거구)는 당선을 확정했다.
- 이민근(자유한국당 안산시장 후보) : "안산을 살려주세요! 화랑유원지 봉안시설 백지화!"- 장영수(자유한국당 안산시제6선거구 후보) : "화랑 유원지 납골당 결사 반대!"가족협의회가 제시한 관련 공보물에는 마치 세월호추모공원이 설립되면 안산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처럼 묘사한 문구들도 더러 있었다. 서명석 도의원 후보는 '쾌적한 거주 환경 조성'을 강조한 공약에 '화랑유원지 세월호 추모시설 백지화'를 내걸었다. 장영수 후보 또한 '유원지에 납골당이 웬 말이냐'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선 사진을 함께 실었다.
가족협의회는 안산 시민에게 이들에 대한 '심판'을 당부하며 "납골당 반대 프레임으로 정치 생명 연장을 획책하는 안산의 후보자 18명을 적폐정치꾼으로 선정했다"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도 모자랄 판에 적반하장 세월호 참사를 악용해 안산시민과 피해자들을 갈라 치고 있는 이 적폐정치꾼들을 투표로 심판해 달라"고 읍소했다.
안산시민은 세월호 가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강광주, 윤석진(안산시사선거구), 이기환(안산시바선거구)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이 모두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강광주 당선자는 지난 10일 유세 중 "왜 우리는 세월호 가족에게 모든 것을 양보해야 하느냐"며 시민과 유가족을 편 가르기 하는 발언으로 지역사회의 도마에 오른 바 있다.
"사무실 벽에 명단 비치... 2020년 총선은 물론, 잊지 않고 끝까지 대응"
세월호 가족들은 안도와 동시에 승자를 향한 당부를 전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전찬호 군 아버지)은 1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잊지 않고 끝까지 대응할 것이다"라며 "이런 사람들이 이 지역 정치를 이끌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끝까지'라는 말에 특히 힘이 실렸다. 전 위원장은 "가족협의회 사무실에 이번에 한국당, 바른미래당에서 나온 시도의원 후보가 실린 웹자보를 다 비치해뒀다. 절대 치우지 말라고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전 위원장은 "다음 총선 이야기를 하면 너무 빠른가?"라고 되물으면서도 "이번에는 (한국당에서) 도 의원도 하나도 나오지 않고, 절반 미만의 시의원이 나와 이제는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21대 총선도 잘 준비해서 더 이상 이런 적폐정치꾼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해야겠다 싶다"고 말했다.
선거 운동기간 캠페인을 통해 혐오 정치에 맞서게 된 배경도 들려줬다. 전 위원장은 "우리도 그렇지만, 안산시민도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들이다. (세월호 혐오정치 세력들이) 8개월 간 납골당 프레임을 걸 때 가만히 있었던 이유는 (지역 주민과) 서로 존중하고 아픔을 치유하자는 차원이었는데, 선거 국면에서 너무 (혐오 공격이) 심해 나오게 된 것"이라면서 "가족들이 열심히 홍보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프레임에 현혹된 분들도 이번에 제대로 된 사실을 알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아쉬움도 전했다. 거대 정당이 아닌 정의당과 민중당 등 제3의 정당 또한 지역 정치에서 목소리 내주길 바랐다는 것. 전 위원장은 "(이들 정당이) 정확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며 한국당을 비판하는 모습을 봤을 때, 안산시가 더욱 발전하려면 이런 분들도 함께 의정활동을 했어야하는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고 말했다.
"그런 후보들 사실 많았지. 지금처럼 싸워가면서 해야지. 그냥 되는 것은 하나도 없어.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는 것. 박근혜, 최순실 잔당 (같은 권력이) 나오지 않게끔 계속 감시하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권미화씨(고 오영석 군 어머니)는 같은 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선거 기간 세월호 가족을 향해 쏟아졌던 혐오 정치를 복기하며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권씨는 한국당의 참패 원인을 '무조건적인 반대'로 지목하면서 "안산시민들도 '너무 한다'는 그런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봤다.
그는 이어 "일부 후보자들이 (세월호 관련) 가짜뉴스를 너무 많이 퍼뜨렸는데 다 잠재우지 못했고, 몇 년간 계속 했던 것처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면서 "조금 실망이 있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많이 떨어졌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라고 말했다.
다만, 세월호 가족 주변에 여전히 도사리고 있는 혐오 정치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를 강조했다. 민주당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권씨는 "아직도 다른 이야기는 안 듣고 무조건 세월호라고 하면 반대하는 사람이 많다"라면서 "민주당 또한 지금 정권이 잘하게끔 국민들의 이야기를 섬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가족협의회가 지목한 후보들의 선거 결과를 정리한 것이다.
<당선>자유한국당 강광주(안산시마선거구) 자유한국당 윤석진(안산시사선거구) 자유한국당 이기환(안산시바선거구) <낙선>자유한국당 이민근(안산시장 후보) 자유한국당 한갑수(안산시제1선거구) 자유한국당 안영국(안산시제4선거구) 자유한국당 손관승(안산시제5선거구) 자유한국당 장영수(안산시제6선거구) 자유한국당 서명석(안산시제7선거구) 자유한국당 신원철(안산시제8선거구) 자유한국당 신성철(안산시아선거구) 바른미래당 박주원(안산시장 후보)바른미래당 김영미(안산시제5선거구) 바른미래당 김선태(안산시제6선거구) 바른미래당 빈호준(안산시바선거구) 바른미래당 정진교(안산시마선거구) 바른미래당 이혜경(안산시사선거구) 바른미래당 장기원(안산시아선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