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교육감도 늘었고, 전교조 출신 교육감도 늘었다.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14개가 범 진보 교육감을 새로 맞게 됐다. 전체 교육청의 82%로 압도적이다. 이 가운데 전교조 위원장과 지부장(시도 대표) 등 전교조 활동가 출신이 10명으로 늘어났다. 6.13 시도교육감 선거 투표함을 연 결과다.
[의미] 82%로 압도... 더 확실히 열린 진보교육감시대이번 선거에서 재선 또는 3선에 성공한 범진보 교육감은 모두 11명이다. 서울 조희연, 경기 이재정, 충북 김병우, 충남 김지철, 세종 최교진, 전북 김승환, 광주 장휘국, 강원 민병희, 경남 박종훈, 부산 김석준, 제주 이석문 교육감 당선자가 그렇다.
재출마한 중도성향 후보인 설동호 대전시교육감도 자리를 지켰다. 이로써 교육감 출신 재출마 후보자 12명이 100%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여기에 전교조 출신 인사 3명이 새로 교육감이 됐다. 인천 도성훈(전 인천지부장), 울산 노옥희(전 울산지부장), 전남 장석웅(전 전교조 위원장) 교육감 당선자가 그렇다.
이로써 진보교육감은 모두 14명이 됐다. 이전보다 1명이 늘어난 것이다. 전교조 출신은 기존 8명에서 10명으로 2명 더 늘어났다.
이에 반해 '전교조 OUT' 등의 현수막을 내걸며 반 전교조 선거운동을 펼쳐온 보수 후보들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전 교육감 선거처럼 대구와 경북에서 당선했을 뿐이다. 하지만, 후발 중도 진보 후보와 간발의 차였다.
특히 최근 교육부가 펴낸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 백서>에 이름이 열두 번이나 언급된 '국정교과서 전도사' 강은희 대구교육감 당선자(전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진땀을 뺐다. 범 진보 후보인 김사열 후보(득표율 38.1%)와 2.6%p 차이밖에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역시 범 진보인 홍덕률 후보도 21.2%의 득표율을 보였다. 범진보로 분류된 두 후보가 분열하지 않았다면 대구에서도 진보교육감 시대가 열릴 뻔했다.
스스로 중도성향을 표방한 대전 설동호 교육감 당선자도 53.0%를 얻었다. 하지만, 전교조 대전지부장 출신인 성광진 후보와 차이는 6%p에 그쳤다.
[전망] 교육대혁신 이어 화해평화 통일교육 목소리도 커질 것진보교육감의 줄 탄생은 진보 교육과 혁신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재신임을 뜻한다. 그 배경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의 표 쏠림도 분명히 있다.
전교조는 14일 논평에서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는 교육의 변화에 대한 갈망과 진보적인 교육정책에 대한 지지가 전국적으로 널리 분포돼 있음을 보여준다"라면서 "이로써 평등과 인권의 가치를 중시하는 진보적인 교육정책이 탄력을 받게 되었다"라고 분석했다.
교원단체인 실천교육교사모임도 지난 13일 성명에서 "미래형 혁신교육이 이젠 되돌릴 수 없는 대세가 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단체 정성식 회장은 "새로이 당선한 교육감들은 미래형 혁신교육을 열망하는 민의를 지렛대 삼아 지지부진한 교육부를 견인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교육혁신을 완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서울교사노조는 14일 "내부형(평교사 응모 가능형) 공모 교장 확대, 평화통일교육 활성화, 학생건강을 위한 친환경무상급식, 미세먼지 없는 청결한 학교 조성, 비리사학 엄단,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 및 회복력 지원 대책부터 우선 실시하길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함에 따라 혁신학교 확대, 교장 승진제도 개혁, 학교 자치를 통한 민주화, 사학 투명성 확보는 물론 화해평화 통일교육 등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전교조 재 합법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전교조는 논평을 통해 "전교조 출신 당선자가 더 늘어난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는 그 자체로 전교조 법외노조화가 철회돼야 하는 당위성을 더욱 강력히 뒷받침한다"라면서 "정부는 지체 없이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과제] 여전히 존재하는 장벽, 하지만 힘 받은 김상곤 장관진보교육감 출신인 김상곤 교육부장관도 힘을 얻게 됐다. 김 장관은 그동안 지지부진한 개혁으로 일부 행정 관료와 교육계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하지만 교육부가 시도교육감협의회와 공동전선을 펼치며 교육대혁신에 힘을 쏟는다면 상황은 반전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혁신 작업에는 장벽도 존재한다. 우리나라 최대 보수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은 14일 "당선자들은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유권자들의 마음까지도 함께 담아내는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한다"라면서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병폐는 정책이나 제도의 잦은 변경과 그로 인한 국민의 혼란과 불안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