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다른 돌담과 조금 다르게 다가오는 제주 밭담.
다른 돌담과 조금 다르게 다가오는 제주 밭담. ⓒ 김종성

제주의 풍경을 이루는 가장 흔하면서도 이채로운 존재는 까만 돌담이다. 검은 현무암인 이 돌의 용도가 참 다양하다. 집 주위를 두른 집담에서 선조들이 묻혀있는 산소를 감싼 산담, 바다의 밀물과 썰물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돌 그물 원담도 있다.

돌담은 제주의 강한 바람과 말과 같은 가축으로부터 집과 농작물을 지켜냈고, 소유지를 구분하는 경계와 도로 역할을 했다. 제주도 여행 중 명승지의 경치만큼이나 곳곳에서 만나는 돌담에 눈길이 머물렀다. 제주 섬에 사는 예술가들이 사진과 그림으로 끊임없이 돌담을 표현하고 그려내는 게 당연해 보였다.

 제주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근한 돌담.
제주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친근한 돌담. ⓒ 김종성

그 가운데 밭담 풍경은 좀 다르게 다가왔다. 동네 주민들이 밭담 안에서 밭일을 하는 모습이 정겹기도 하고 마음 짠하기도 했다. 화산섬인 제주는 우리가 흔히 먹는 쌀농사를 할 경작지가 없을 정도로 척박한 땅이다.

돌밭뿐인 섬에서 돌을 걷어내 땅을 고르고 골라 밭 한 뙤기, 한 뙤기를 힘들게 만들어 냈다. 세찬 바닷바람과 말과 소의 무단 침입을 막을 겸 밭 주변을 돌을 쌓고 얹어 만든 게 지금의 밭담이다. 제주 밭담은 제주 사람들이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면서 지켜온 농업유산이며 역사다.

 제주 사람들의 땀이 서려 있는 밭담.
제주 사람들의 땀이 서려 있는 밭담. ⓒ 김종성

제주 섬의 역사와 주민들의 삶을 품은 오랜 문화유산이기도 한 제주 밭담은 2014년 국내 최초로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Globally Important Agricultural Heritage Systems)에 등재됐다. 국가차원을 넘어 세계적으로 보존돼야 할 유산자원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 싶다. 이를 기념해 매년 10월 제주 밭담 축제가 열린다.

세계유산제도는 문화유산 분야의 유네스코, 습지보호를 위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람사협약, 국제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중요농업유산 세 종류가 있다.

돌담의 매력은 숭숭 뚫려있는 구멍 

 허술해 보이지만 거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제주 밭담.
허술해 보이지만 거센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제주 밭담. ⓒ 김종성

밭담을 포함 제주의 돌담을 바라보다보면 한 가지 신기한 점이 있다. 좀 더 튼튼하게 쌓기 위해 돌과 돌 사이에 진흙이나 시멘트를 발라 붙이지 않고 돌을 쌓기만 했다. 그러다보니 명색이 담인데 제주의 돌담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손으로 툭 치면 넘어갈 것 같은 돌담이 어떻게 거센 해풍에 불어와도 무너지지 않고 서 있는 걸까?' 이런 의문이 절로 든다.

언뜻 보면 대충 쌓아 올린 것 같고, 허술해 보이지만 비바람이 들이쳐도 쓰러지지 않는다. 해안도로 내리막길에서 자전거가 천천히 내려갈 정도로 거센 바람이 불어대는데도 쓰러지기는커녕 미동도 없는 제주 돌담은 볼수록 신기하다.

그 비결은 의외의 곳에 있었다. 돌무더기 사이에 자연스럽게 숭숭 뚫린 구멍들이다. 거센 바람이 여러 구멍으로 분산되어 통과하면서 돌담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바람의 방어막이 아니라 바람의 통로다. 제주의 돌담은 소통의 힘을 몸소 보여주는 존재지 싶다.

덧붙이는 글 | 지난 5월 27일에 다녀 왔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송고했습니다.



#제주도#돌담#밭담#세계중요농업유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