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 20일 오후 5시 10분] "아주 예의바른 모습을 보여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두 차례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4.27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인 지난 4월 30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솔직담백하고 예의바르더라"라고 평가한 데 이어 20일 러시아 국빈방문을 앞두고 진행한 러시아 언론들과의 합동인터뷰에서도 이와 같은 평가를 내놓았다.
"아주 젊은 나이인데 솔직담백하고 침착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러시아 공영통신사 <타스통신>, 일간지 <로시스카야 가제타>, 국영 <러시아방송> 등 러시아 언론들과 한 합동인터뷰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아주 젊은 나이인데도 상당히 솔직담백하고, 침착한 면모를 보였다"라며 "뿐만 아니라 연장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아주 예의바른 모습도 보여줬다"라고 평가했다.
앞서 4.27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직후인 지난 4월 30일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문 대통령은 자신이 김 위원장에게서 받은 인상을 "솔직담백하고 예의가 바르더라"라고 청와대 참모들에게 털어놓았다. 특히 이 자리에서 주영훈 대통령경호처장은 '예의바른 김정은 위원장'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주영훈 처장이 "남북 정상 두 부부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찬장으로 올라갈 때 김정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이 먼저 타도록 손짓했고, 리설주 여사가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하자 김 위원장이 김정숙 여사가 먼저 타도록 리설주 여사의 손을 잡아 끌더라"라고 정상회담 일화를 소개한 것이다.
"기꺼이 핵을 내려놓고 경제발전에 전력 쏟겠다고 했다" 이날 합동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저와 김정은 위원장은 긴 시간 동안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라며 "실제로 결과에서도 많은 합의를 이루어냈지만 합의서에 담지 않은 많은 부분에서도 서로의 공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4.27남북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고, 그래서 핵을 내려놓는 대신 자신들의 체제를 보상받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핵을 내려놓고, 경제 발전에 전력을 쏟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남과 북이 함께 평화 번영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분명한 의지를 보였고, 그것을 합의서에 그대로 남겼다"라며 "뿐만 아니라 남북간의 경제협력은 또 러시아와의 3각 협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에서도 저와 김정은 위원장은 서로 공감을 나누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6.12북미정상회담을 "기대 이상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미 관계는 지난 70년간 적대와 갈등 속에 있어왔는데 그런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역사적인 대전환을 이루었다"라며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고, 또 미국은 북한의 안전에 대한 보장을 약속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앞으로 남은 과제는 그 훌륭한 합의를 완전하고 신속하게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라며 "지금 남북간의 합의와 북미간의 합의는 아주 빠르게 실천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남북간, 북미간의 합의가 아주 빠르게 실천되고 있다"라는 근거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 중단 약속, 핵실험장 폐기,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 약속, 군사분계선 일대 확성기 철거, 한미연합군사훈련 유예 등을 들었다.
문 대통령은 "아마 북한에 있는 미군에 대한 유해 송환도 빠른 시일 내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미간에 빠른 실무협상이 시작되기를 바란다"라며 "북한은 더욱 더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고, 또 미국은 거기에 상응하는 포괄적 조치들을 신속하게 제시하면서 함께 실천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주문했다.
"남북경제협력은 남북러 3각협력이 되어야"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저는 유라시아 대륙의 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라며 특히 '남북러 3각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가 경제발전을 위해서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신동방정책과 제가 우리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준비 중인 신북방정책은 공통점이 많다"라며 "또 서로에게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다, 그 부분에서 더욱 협력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화하는 논의를 (한러정상회담에서) 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나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라며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그때부터는 본격적인 남북경제협력 시대가 열릴 텐데, 그때의 남북경제협력은 러시아까지 함께하는 남북러 3각 협력이 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남북간의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앞으로 중장기적으로는 동북아 전체의 다자 평화 안보 협력 체제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라며 "그 점에서 한국과 러시아, 그리고 나와 푸틴 대통령은 끝까지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철도·가스·전기 협력, 남북러 모두에 경제적 이득"문 대통령은 남북평화체제 구축 등을 전제로 철도와 가스, 전기를 '핵심 경제협력 분야'로 지목하면서 '남북러 3각 협력' 구상을 좀더 구체적으로 풀어놓았다.
문 대통령은 "철도는 남북철도가 연결이 되고, 그 연결된 남북철도가 러시아 시베리아철도와 연결이 된다면 우리 한국으로부터 유럽까지 철도를 통한 물류 이동이 가능해질 것이다"라며 "그것은 북한에도 큰 경제적 이익이 되고, 한국에도 엄청난 이득을 주고, 물론 러시아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뿐만 아니라 러시아 가스의 경우에도 가스관을 통해서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북한으로 공급되고, 또 한국으로 공급되고, 나아가서는 해저관들을 통해서 일본으로까지 공급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기의 경우에도 러시아가 추구하는 에너지 등의 부분도 동북아 전체가 함께하면서 러시아에서 생산된 전력이 북한과 한국으로, 나아가서는 일본으로까지 공급될 소지가 있다"라며 "이것이 앞으로 유라시아대륙의 공동번영을 아주 (강하게) 촉진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와 한국 간에는 경제협력이나 또 문화, 인문, 인적 교류 등에서 무궁무진한 협력 분야가 있을 수 있다"라며 "앞으로 남북 평화체제가 구축될 경우에 한국과 러시아 간의 그 협력에는 북한도 참여할 수 있고, 그것은 또 북한의 경제와 국가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9개의 다리별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만들어 실천해야"이날 합동인터뷰에서는 문 대통령이 제안한 '나인 브릿지(9개의 다리) 구상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9개의 다리'는 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북방경제협력분야로 제시한 가스·철도·항만·전력·북극항로·조선·농업·수산·일자리를 가리킨다. 문 대통령의 '신북방정책' 구상 중의 하나로 러시아 극동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경제협력 전략이다.
문 대통령은 "저는 (한러가 협력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로 철도, 가스, 전력, 항만, 또는 농업, 수산, 산업기지, 조선 등을 '9개의 다리'라는 말로 표현했다"라며 "한국은 그 사업들의 협력을 가속화하기 위해서 대통령 직속으로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설치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에서도 극동한국투자지원센터, 한국투자자의 날 등의 플랫폼을 만들어 러시아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 협력 사업들을 위해서 많이 지원해 주고 있다"라며 "이런 것들을 통해서 양국의 경제협력이 촉진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금 한국과 러시아 간에는 경제공동위원회가 활발히 가동되고 있어서 '9개의 다리'의 협력 사업들을 발전시키기 위한 많은 MOU(양해각서)들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 부처간에, 각 기관간에, 기관과 기업간에 체결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더 필요한 것은 9개의 다리별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빨리 만들어서 실천해 나가는 것이다"라며 "지금 한․러 경제공동위원회 액션플랜을 마련하고 있는데, 논의가 굉장히 많이 진전됐기 때문에 이번 9월의 동방경제포럼에서는 양국 간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유라시아 번영과 평화에서 한러는 중요한 협력 파트너""이어 문 대통령은 "이런 양국 간의 협력이 가속화되는 덕분에 작년도 양국 간의 교역액은 190억 달러 정도로 전년도보다 40%나 증가했다"라며 "그러나 저는 한러간의 경제협력은 이제 시작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한러 경제협력은) 무궁무진한 발전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라며 " 이번 정상회담 계기에 그렇게 실천될 수 있도록 푸틴 대통령과 진심을 다해 협의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러시아와 한국이 멀리 있는 나라처럼 인식하기 쉬운데, 사실은 러시아는 한반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바로 이웃나라다"라며 "러시아의 극동지역과 한국은 아주 가깝다"라고 지리적 친밀성을 부각시켰다.
문 대통령은 "그래서 한국이 추구하는 한반도의 평화체제, (그것이) 더 확대돼서 동북아의 다자 평화 안보 체제, 더 나아가서는 유라시아의 공동번영, 평화까지 나아가는 데 한국과 러시아는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가 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는 미하일 구스만 <타스통신> 제1부사장 겸 편집총국장이 진행했다. 그는 인터뷰가 끝난 뒤 문 대통령에게 '크레믈린 대궁전' 모형을 선물했다. 크레믈린 대궁전은 한러정상회담이 열릴 장소다.
문 대통령은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2박 4일 일정으로 러시아를 국빈방문해 국빈만찬, 메드베데프 총리 면담, 러시아 하원 연설, 한러우호친선의 밤, 한러비즈니스포럼, 한-멕시코 월드컵 예선 경기 관람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그의 러시아 국빈방문은 지난 1999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국빈방문한 이후 19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