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는 남북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국내 언론 뿐만 아니라 외신도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은 장면을 전 세계로 긴급 타전했다. 남북 화해 무드가 이어지면서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선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도 했다.
세계에 평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 서산 시민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시민 A씨는 지난 남북정상회담 이후 자신의 사업장에 관련 현수막을 내걸었는데, 이것이 문제가 되어 경찰이 출동한 것.
선관위 자문까지 받았는데... "김정은 사진 걸려" 신고 시민 A 씨는 지난달 13일 자신의 사업장 간판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은 사진과 함께 '아침은 서산에서, 점심은 평양에서! 철도, 도로 연결하여 저녁은 북경에서!'라는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내걸었다.
문제가 발생한 건 지난 21일 오후. A씨의 사업장을 찾아온 경찰은 "김정은 사진이 게시되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며 펼침막 사진과 A씨의 인적사항, 그리고 펼침막을 걸게 된 경위에 대해 물었다.
A씨는 남북 평화의 염원을 담은 펼침막이 신고당한 상황이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21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분단된 이 나라 국민이 남북이 화해해서 하나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을 담아 현수막을 걸었다"면서 이 같은 의도를 경찰에도 분명히 전달했다고 말했다. 특히 A씨는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펼침막을 제작한 서울과 서산에서 각각 선관위의 자문을 받고 게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면서 "분단된 조국 내 민족이 하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그게 이상한가?"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남북이 화해하고, 65년 간 헤어진 이산가족들이 부둥켜 안고 울기라도 할 수 있길 바라는 그들의 아픔을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고민해 봤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남북 화해로 얻게될 경제적 이익을 설명하며 "가족과 함께 자동차로 언제든 세계로 마음껏 여행을 다닐 수 있는 나라, 그게 내가 내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다"라고 강조했다.
경찰 "출동한 건 사실, 위법 사항 없다고 신고자에게 설명"한편, 최초로 신고를 접수받고 현장에 출동한 서산경찰서 서부지구대 관계자는 21일 기자와 통화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사실이 있다"면서 "민감한 사항이라서 현장을 확인하고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담당 부서(보안과)로 신고 내용을 인계했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서산경찰서 정보과 관계자도 기자와 인터뷰에서 "현수막 설치 당시에도 선관위에서 이상 없다는 자문을 받고 게시한 것으로, 경찰에서 따로 조치할 사항이 아니다"라면서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가 아닌 단순히 현수막을 게시한 것에 대해서 (위법) 사항이 없다고 신고자에서 설명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