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한국-러시아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시 절차 추진에 합의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강조한 '남·북·러 3각 협력'에 대비해 미리 한-러 간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기반을 다져 놓자는 취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현지시간) 모스크바 롯데호텔에서 개최된 한-러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유라시아 공동번영과 발전을 위한 한-러 경제협력 방향'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양국 수교 30주년인 오는 2020년까지 교역액 300억불 달성'을 구체적 목표로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하자는 게 기조연설의 주요 골자다.
"포괄적 한러 FTA 체결 기대".... 다섯번 터져 나온 박수
한국무역협회·러시아 연방상의가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에는 양국 정·관계 인사 및 기업 CEO 등 약 280명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을 향해 "저는 그동안 우리가 쌓아 온 우호와 교류의 기반 위에 양국 경제협력을 한 단계 더 높여나가길 희망한다"며 "오는 2020년까지 교역액 300억 달러, 인적교류 100만 명 목표를 함께 달성해내자, 한-러 FTA는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포럼 약 3시간 뒤인 같은 날 오후 9시30분께(현지시각) 열릴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이 한러 FTA 협상 개시 절차 추진에 합의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도 "양국은 한-러 FTA 서비스·투자분야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절차를 추진하는 데 합의할 예정이다"며 "(이는) 양국 FTA 추진과 경제협력 확대를 위한 새 전기가 될 것이다. 앞으로 상품분야까지 확대되어 상호 호혜적이고 포괄적인 FTA가 조속한 시일 내 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러시아와 한국이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며 구체적인 세 개 분야도 소개했다. ①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첨단 혁신산업 ②양국이 체결할 '한-러 혁신협력 플랫폼 구축' 양해각서(MOU)를 통한 기술 협력 ③오는 7월 개최될 러시아 최대산업박람회에 한국이 파트너로 참여, 제조업·신산업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 등이다.
"남북러 3각 협력이 필요한 분야서 미리 준비해야...한국 정부, 적극 돕겠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한반도 평화 전환기의 시대에 맞춰 "북한의 참여를 위해 (한-러가) 미리 준비하자.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한국은 역사적인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며 "남북러 3각 협력이 필요한 분야에서 북한 참여를 위해 미리 준비하자. 경제인들이 나서주시면 한국 정부가 적극 돕겠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먼저 양국 간 공동연구와 사업타당성 점검 착수, 즉시 추진이 가능한 분야의 구체적 협력사업을 통한 실질적 성과를 도출해내는 데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연설에는 총 다섯 번 박수가 터져 나왔다. 행사 참석자들은 특히 "남북러 3각 협력에서 미리 준비하자. 한국 정부가 적극 돕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큰 박수로 화답했다. 향후 경제 협력 확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환영사에서 "러시아는 유라시아 중심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제조업과 첨단산업 유치 등 신동방정책을 추진하고, 한국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북방대륙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며 "양국은 신동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의 접점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해 나갈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고 강조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이날 포럼에는 한국 정부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했고, 기업에서는 경영자총협회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이노베이션, LG전자, LS그룹,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약 100개 기업 및 기관이 참가했다.
러시아에서는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 게오르기 칼라마노프 산업통상부 차관, 알렉산드르 크루티코프 극동개발부 차관, 아제르 탈릐보프 경제개발부 차관, 키릴 드미트리에프 러시아직접투자펀드(금융) 사장, 알렉산드르 쇼힌 러시아 기업가연맹 회장, 올렉 벨로제로프 러시아 철도공사 회장, 레오니드 미켈슨 노바텍(천연가스) 사장, 파벨 리빈스키 로세티 사장(전자전기), 알렉세이 라흐마노프 USC(조선) 사장 등이 참석했다.
지난 21일부터 러시아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20분께(한국시간) 푸틴 대통령과의 소규모-확대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양해각서 서명식 및 공동언론발표 등을 진행한다. 이어 23일 한국과 멕시코 간 월드컵 경기를 러시아 현지(로스토프나도누)에서 직접 관람한 뒤 24일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