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내가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하는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에서

흰눈이 소복하게 쌓인 백두산 백두산
흰눈이 소복하게 쌓인 백두산백두산 ⓒ JS엔터프라이즈 홈페이지

최근의 화두는 단연 북한관광이 아닐까. 판문점선언과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쌍두마차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견인하면서 북녘 방문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높아진 덕이다.

판문점선언 1조 6항은 "남과 북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10.4선언에서 합의된 사업들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고 명시한다.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서울-삼지연 공항(백두산 소재) 항공로를 뚫어 비행기로 서울-백두산을 오가는 관광 사업에 합의하며 손을 맞잡았다. 하지만 2008년 대북적대정책을 앞세운 이명박 정권이 집권하면서 10.4선언은 흐지부지됐고 사업도 중단됐다.

세월이 흘러 한반도의 세기적 대전환을 맞은 2018년 올해. 민족 간 등지고 싸웠던 지난날의 앙금을 해소하고 북녘을 제대로 알아가자는 움직임이 전례 없이 용솟음치고 있다. 그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보다도 그 땅의 정서와 사람들을 직접 마주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 남측 공연단의 '봄이온다' 평양공연을 계기로 평양을 찾은 조용필, 이선희, 강산에, 백지영, 걸그룹 레드벨벳 등 유명가수들은 한 목소리로 "평양냉면이 기대 이상"이라며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평양시내 전경 평양시내
평양시내 전경평양시내 ⓒ JS엔터프라이즈 홈페이지

레드벨벳의 아이린이 냉면을 먹고 대동강이 탁 트인 옥류관 전망대로 나가 찍은 사진이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퍼졌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하며 비행기에 급히 몸을 실은 그들은 미처 모르지 않았을까. '2018, 남녘에서 북녘으로 올라간 1호 관광객들'의 후기(?)가 남측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될 줄은 말이다. 더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남녘에도 아주 잘 알려진 '스타'들과 활짝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직접경험(관광)은 북녘을 같은 민족으로 보지 않고 적대하던 그간의 감정을 봄눈 녹듯 사라지게 했다.

북한관광의 첫 포문은 1998년 금강산관광으로 열렸다. 남측 관광객들은 동해바다를 통과해 북측 '안내원동무'와 금강산 일대를 누볐다. 하지만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다. 그 뒤로 10년 동안 북녘은 다시 남측 주민(한국 국적)에게 허용되지 않는 금단의 땅이 됐다.

금강산 해금강의 절경 금강산 해금강
금강산 해금강의 절경금강산 해금강 ⓒ 박명훈

2018년은 판문점선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감격어린 역사적 만남 뒤 언론은 북녘의 모습을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누리꾼들이 발전된 평양거리가 담긴 기사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른바 '종북 논란'은 온데 간 데 없어졌다. 이처럼 북한 봉인은 해제되고 있다.

세계인의 눈을 통해 본 북한

올해 여름, 대동강맥주축제를 즐기러 훌쩍 평양으로 떠나면 어떨까?

아직 북녘 방문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전이지만 찾아보면 유명관광코스를 콕 집어 '사전관광'에 나설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외국계 북한 전문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여행정보, 북녘을 여러 차례 찾은 '북한 마니아'들이 남긴 생생한 후일담과 영상을 통해서다.  

지난 22일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북조선(북한)에 관광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북조선은 162개국과 국교가 있으며 외국인 관광객도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는 "이번 달 12일에 미조(북)정상회담이 개최된 뒤는 단체(여행객)의 신청도 있었다"는 북한전문여행사 JS엔터프라이즈(JS투어) 관계자를 인용해 전하기도 했다. 여행사를 통해 북한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은 작년 50명 정도였지만, 올해는 6월 15일 기준 120명을 넘어섰다, 관광객 70%는 20~40대로 젊은 세대의 북한에 대한 관심을 짐작케 한다.

JS엔터프라이즈(JS투어)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북측 건국절(9월9일) 70주년을 맞는 올해의 '베스트시즌'은 4월부터 10월까지. 판문점선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올 가을에 평양을 찾기로 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평양 방문의사를 밝히면서 전 세계의 눈이 평양으로 집중되고 있다. 남북미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이 이뤄지는 장면을 배경삼아 시원하게 들이키는 맥주(또는 콜라) 한 잔이 얼마나 각별할지 상상해보자.

JS투어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일본에서 북한 가는 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관광객이 언제든지 투어 측에 이메일, 우편, 팩스 등으로 관광문의를 하면 된다. 1명, 단체 등 인원제한이 없고 베이징을 경유해 평양 순안국제공항으로 가는 비행편, 중국을 통과하는 국제열차로 평양 등을 찾는 국제열차편이 있다. 투어 측은 "출발부터 사증발급, 귀국까지 투어를 완전 서포트한다"고 밝히고 있다.

평양에는 다채로운 즐길거리, 먹거리, 놀거리가 풍부하다. 한 일본인 관광객은 JS홈페이지에 '평양 3박4일' 후기를 남기며 "작년은 열차로 육로입국해서 항공로(입국)은 처음"이라며 평양 시내 여기저기를 누비며 찍은 사진들과 명소들을 소개했다.

관광객 후기에 따르면 북측 국영항공사인 조선국제여행사(KITC)가 주관하는 입출국 과정은 인천국제공항에서의 풍경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예상 이외로 붐볐던" 공항에는 일본을 비롯해 독일, 태국 등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관광객의 수하물을 검사하기 위한 엑스선 검사가 이뤄졌고 미리 마중 나온 일본어가 능숙한 안내원동지가 관광객 일행의 앞길에 서 반각도호텔로 이동했다. 관광객들은 여행사가 제공하는 버스 시내투어로 평양 곳곳을 누비기도 했다.

평양의 '유행 1번지' 려명거리, 김일성광장, 복합쇼핑몰인 광복지구상업중심, 북녘 최대 규모 도서관인 인민대학습당에서는 일본가요CD를 빌려 들을 수도 있다. 재미 교포 진천규 기자가 여러 차례 JTBC, SBS 등 언론에 제공한 북녘을 담은 사진과 영상의 풍경과 맞닿아있는데, 일본인의 시선에서 소개되는 '개방된 북한의 풍경'을 따라가노라면 흥미진진하다. 모두 기존에 북한이 은둔의 나라, 폐쇄사회로 알려졌던 상식을 와장창 깨뜨리는 풍경들이다.
불쑥 원산 찾아 "반갑습니다" 하게 될 그날

"반갑습니다"가 들려오는 조선료(요)리 레스토랑에서 먹는 북녘의 향토음식 하며, 비닐장갑을 쥐고 베어 문 큼직한 닭다리 튀기(튀김)와 일본인 관광객 후기에 따르면 "스테이크 크기와 맞먹는" 북한식 햄버거를 먹는 신기함까지. 조만간 우리 모두 북녘에서 마주하게 될 풍경들이다.

이전까지 남측에서는 찾아야할 북측의 명소로 금강산, 개성, 백두산, 평양 등을 꼽아왔다. 그런데 어디 그뿐일까? 최근 보도를 통해 북측 강원도 원산 앞바다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에서 한창 고층호텔이 즐비하게 건설되고 있는 장면이 공개됐다. 인근에는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시설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은 동양 최대의 마식령스키장과 갈마비행장이 위치한다.

강원도와 백두산을 잇는 초대형 관광벨트 조성도 관측되고 있다. 남측은 북측과 협력해 백두산 소재 삼지연군에 공항을 설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2007년 10.4선언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했지만 무산된 백두산관광을 재추진하겠다는 취지다. 남북의 합작으로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의 관광특구가 들어설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러시아 하원의원 연설에서 "3국간의 철도, 에너지, 전력협력이 이뤄지면 동북아 경제공동체의 튼튼한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또한 남북 간의 공고한 평화체제는 동북아 다자 평화안보협력체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북한에) 오시면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는 점"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남북 간 철도협력을 언급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반도의 굳건한 평화통일체제의 정착을 바탕삼아 앞으로 민족의 혈맥인 육로와 항로가 사방팔방으로 뚫릴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은 이미 지난 2012년부터 김정은 위원장을 중심으로 '경제강국 건설'을 목표로 해 왔다. 최근 공개되고 있는 북측의 '발전'은 급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계획을 통해 이룩한 성과란 얘기다. 다만 대북적대정책이 펼쳐진 지난날의 언론들이 보도하지 않아 알지 못했을 따름이다. '북한관광 전성시대'는 결국 무르익게 될 것이다.

언젠가 북녘에 가기 전 현송월 단장이 "독도도 내 조국"을 넣어 개사해 불러 화제가 된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의 노래 가락을 외워둔다면 어떨까? 남과 북의 동포가 자연스럽게 어깨동무하고 정답게 어울리는 벅찬 감격의 나날을 떠올려보자. 통일이라는 민족의 여망에 발맞춰 단단히 준비를 갖춰두는 마음가짐이 요구되는 '좋은 시절'이다.

북측 백두산에서 천지를 바라보는 외국인 관광객들 외국인 관광객들
북측 백두산에서 천지를 바라보는 외국인 관광객들외국인 관광객들 ⓒ JS엔터프라이즈 홈페이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주권방송>에도 실렸습니다.



#북한관광#김정은#문재인#평양#원산갈마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반도 정세, 일본의 동향에 큰 관심을 두며 주시하고 있습니다. 적폐를 깨부수는 민중중심의 가치가 이땅의 통일, 살맛나는 세상을 가능케 하리라 굳게 믿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