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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판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지난 5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의 모습.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법원행정처가 대법원 판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지난 5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의 모습. ⓒ 이희훈

법원이 '재판거래' 의혹 관련 하드디스크 제출을 거부한 가운데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들고 나왔다. 원 전 원장 판결에서 전원합의로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던 대법원이 하드디스크 원본 대신 문건 410개만 제출한 건 법원이 내린 판결에 대치되는 '자승자박'이라는 비판이다.

대법원은 지난 26일 내부 조사단이 발견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문건 410개의 원본 파일 등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에 제공했다. 법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포함한 핵심 관계자들의 하드디스크 원본이 '디가우징(복구 불가)'됐다는 이유로 제출하지 않았다. 검찰로부터 ▲핵심 관련자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 8개 ▲법원 자체 조사 관련 문건 일체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내역 등을 넘겨달라고 요청받은 지 일주일 만이다.

검찰은 하드디스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원세훈 전원합의체 판결'을 인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이 자료를 제출한 직후 취재진을 만나 "작성자가 '내가 만든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이상, 형사재판에서 증거가 될 수 없다는 게 원세훈 판결"이라며 "증거능력을 위해 하드디스크 원본과 그에 준하는 자료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세훈 핵심증거들, 2심 '인정' -> 대법원 '인정 X'

양승태 대법원은 원 전 원장의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425지논' '시큐리티' 파일 등 주요 증거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며 원 전 원장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

2015년 7월 16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해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상고심 쟁점은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가름할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김아무개씨의 이메일 계정에서 압수한 '시큐리티' 파일과 '425지논' 파일이 형사소송법이 인정하는 증거가 될 수 있느냐였다. 두 파일은 국정원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 정보와 해당 계정으로 올린 글 관련 자료 등이 담겨 있는 핵심 증거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국정원법·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8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구치소로 향하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국정원법·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8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구치소로 향하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 연합뉴스

작성자인 김씨는 검찰 조사에선 작성 사실을 인정했으나 재판이 시작되자 법정에선 "기억이 안 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1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은 김씨의 진술을 받아들여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혐의를 무죄로 봤다. 그러나 항소심(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 부장판사)은 작성자의 진술 번복을 의심했고, 다른 이메일 본문에서 동일한 트위터 계정이 나오는 등을 보고, 두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원 전 원장을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가 잘못된 증거 판단에 기초해 사실관계를 정리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장이었던 양승태 대법원장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한다. 이 판결은 관여 법관 전원의 견해가 일치했다"고 말했다. 이후 원 전 원장은 보석으로 풀려나 파기환송 재판을 받았다.

압수수색 가능성?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포렌식도 가능

'자충수'에 빠진 대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법원이 직접 하드디스크 원본을 제출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기관 입장이 있고, 판결하는 입장이 있으나 대법원도 증거능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절대 못 주겠다는 취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법원이 하드디스크를 끝내 제출하지 않을 경우, 검찰은 다른 방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5월, 형사소송법은 작성자가 작성 사실을 부인하더라도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한 디지털포렌식 자료, 감정 등으로 증명할 경우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고 개정됐다. 검찰 관계자 또한 "그래도 여러 로그 기록, 접근 값 등을 분석하면 인정될 수 있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압수수색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강제 수사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무엇을 배제하고 무엇을 한다고 말한 바 없다"고 밝혔다.


#원세훈#대법원#재판거래#양승태#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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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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