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따뜻한 오후, 집마당 평상에 강호와 앉아 있는데 불현듯 낯익은 얼룩 고양이가 나타났다.
지금껏처럼 나를 본 척 만 척 그렇게 지나가는가 싶었는데,
'응? 뭐? 왜?' 갑자기 내 쪽을 똑바로 쳐다보더니 성큼성큼 다가오는. 진심 당황했다.
그리곤 아예 팔 뻗음 닿을 만한 평상 앞 돌담에 자리를 잡았다. 내 쪽을 주시하며.
행여라도 놓칠까, 앉으려 돌아서면서도 절대 시선을 떼지 않는.
설마 나 때문에 그럴려고. 분명 내 다리 사이에 앉은 강호 때문인 듯. 애타는 얼룩이를 위해 강호를 안아 정면에 앉혀 줬는데 아는지 모르는지 강호는 눈길 한 번 안 주고.
보다보다 지쳤는지, 햇살이 너무 따뜻한지 잠깐 조는 얼룩이.
하지만 강호가 딱 한 번 쳐다본 순간 뭐에 닿인 듯 벌떡 일어서선 강렬하게 강호를 바라봤다. 그러나 강호의 관심은 길지 않았고.
얼룩이가 떠나고 난 뒤, 혼자 평상에 앉은 강호의 표정이 어딘가 도도해보여 얄미운 건 기분 탓? 고양이 세계에선 강호가 인기 있는 스타일인지 매번 만나는 고양이들마다 반응이 비슷하다. 반려인은 '쿨하지 못해 미안해'가 연애사 주제곡인데 강호는 팜므파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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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눈이 오름 곳곳에 무덤, 이유가 있었구나 덧붙이는 글 | 두 다리뿐인 강호가 좀 더 오래, 편히 걸을 수 있게 휠체어를, 여행하며 만나는 '1미터 지옥'에 묶인 동물들에겐 좀 더 길고 안전한 몸줄을, 밥이 필요하면 밥을, 약이 필요하면 약을 선물하고자 합니다. '원고료' 또는 직접 후원으로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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