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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6월 28일 오후 4시]법원이 MB 정부 당시 이뤄진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가 뇌물이 아니라는 첫 판단을 내렸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건넨 국정원장 3인방에게도 뇌물을 무죄로 선고한 바 있어 박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혐의도 무죄 가능성이 커졌다.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과 장석명 전 공직기강비서관에게 각각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사회봉사 20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김 전 비서관은 이날 오후 구치소에서 석방될 예정이다.
김 전 비서관은 2011년 4월 '민간인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국정원 특활비 5천만 원으로 '입막음'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 전 비서관이 국정원 예산을 횡령(업무상 횡령)했고, 대통령을 보좌하는 지위에서 특활비를 받은 만큼 뇌물(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을 받았다고 봤다.
법원 "국정원 특활비, 횡령은 맞지만 뇌물은 아냐"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국정원 돈을 '입막음'으로 쓴 건 횡령이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비서관이 특활비를 전달받을 장소를 협의하는 등을 비춰보면 횡령 과정에 가담했다"라며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국정원 특활비는 뇌물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국정원은 대통령 의사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민정2비서관은 간접적으로 국정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국정원의 구체적 현안을 다루는 등의 가능성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당시만 해도 융통성 있게 사용될 돈이라고 인식했고, 예산집행 절차를 거쳤다. 하급기관이 상급기관에게 하는 관행적 지원으로 인식하고 지원했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이미 사례가 있었다는 것까지 고려해보면 (김 전 비서관이) 뇌물로 인식하고 수수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장 전 비서관 또한 국정원 특활비를 전달한 혐의(장물운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장 전 비서관이 류충열 전 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을 통해 장진수 전 주무관을 회유하라고 시킨 점(직권남용)은 유죄로 봤다.
박근혜 이어 MB 측근까지... 특활비 공소 유지는? 박근혜 정부에 이어 MB 정부 관계자까지 국정원 특활비가 뇌물로 인정되지 않으면서 검찰의 '특활비 공소유지'에 비상이 걸린 모양새다.
법원은 지난 15일, 박 전 대통령에게 매달 특활비를 상납한 전직 국정원장 3명의 뇌물 공여 혐의를 전부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국민의 세금을 함부로 사용해 지속적으로 국고를 손실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라며 국고손실 혐의는 인정했다.
그러나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먼저 요구해 특활비 상납이 시작됐다는 점에 주목해 "이 사건은 통상 공무원 뇌물 공여 사건과는 다르게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또, 장기간 돈을 상납했음에도 국정원에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자료를 찾을 수 없고, 오히려 재임 기간 중 청와대와 마찰을 빚은 사례도 거론했다.
뇌물죄는 뇌물을 제공한 쪽과 받은 쪽을 모두 처벌하는 대향범이기 때문에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뇌물 사건 또한 무죄가 선고될 전망이다. 국정원장들을 심리했던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의 재판부이기도 하다.
당시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출입기자단에게 "대통령이 국정원장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상납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국민들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에 대한 공정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MB 측근의 특활비 뇌물도 무죄가 선고됐고, 이 전 대통령 또한 원 전 원장에게 특활비를 건네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재판에 넘겨진 상황에서 검찰이 "특활비는 뇌물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을 깨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