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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 삼자나 씨가 전남 담양의 집앞 감나무 아래에서 환하게 웃어보이고 있다. 네팔 출신의 삼자나 씨는 올해 대한민국 경찰공무원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라이 삼자나 씨가 전남 담양의 집앞 감나무 아래에서 환하게 웃어보이고 있다. 네팔 출신의 삼자나 씨는 올해 대한민국 경찰공무원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 이돈삼

"어렸을 때부터 경찰이 되고 싶었습니다. 제복이 정말 멋져 보였습니다. 겉모습에서 위엄도 있어 보였습니다. 경찰이 되려고 경찰행정학과에 들어가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 꿈을 이루게 됐습니다."

올해 대한민국 경찰공무원 시험에 최종 합격한 네팔 출신 '히말라야 소녀' 라이 삼자나(28) 씨의 말이다. 삼자나씨는 일반 공채와는 조금 다른, 네팔어 외사경찰 채용시험에 합격했다. 전라남도 담양군 대전면에서 살고 있는 삼자나씨는 현재 조선대학교 경찰행정학과 4학년에 다니고 있다.

"네팔에서 경찰이 되려면 키 규정이 있습니다. 나이도 열여덟 살에서 스물다섯 살 사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저의 작은 키로는 경찰이 될 수 없었습니다. 한국은 키와 나이 제한이 상대적으로 없었습니다."

 자신이 다니는 조선대학교 캠퍼스에 선 라이 삼자나 씨. 삼자나 씨는 경찰의 꿈을 키우며 조선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 다녔다.
자신이 다니는 조선대학교 캠퍼스에 선 라이 삼자나 씨. 삼자나 씨는 경찰의 꿈을 키우며 조선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 다녔다. ⓒ 조선대

 라이 삼자나 씨가 집앞 텃밭에서 상추를 뜯고 있다. 삼자나 씨는 2시간 남짓 걸리는 학교까지 오가며 공부를 해 대한민국 경찰공무원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라이 삼자나 씨가 집앞 텃밭에서 상추를 뜯고 있다. 삼자나 씨는 2시간 남짓 걸리는 학교까지 오가며 공부를 해 대한민국 경찰공무원 시험에 최종 합격했다. ⓒ 이돈삼

한국경찰의 꿈을 키운 삼자나씨는 지난 2015년 3월 조선대학교 경찰행정학과에 외국인 전형으로 입학했다. 남편과 시어머니가 적극 도왔다. 그럼에도 학교생활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준비했습니다. 저학년 때에는 수업이 오전에 모여 있었습니다. 담양에서 광주까지 버스를 갈아타고 학교에 갔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데 두 시간이 걸렸습니다. 나이 어린 아들은 시어머니가 봐주셨습니다. 지금은 일곱 살이 돼서 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삼자나씨의 말이다. 학교생활은 더욱 버거웠다. 한국어 능력시험이나 일상의 대화는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공부가 생각보다 힘들었다.

"법률용어에 한자가 너무 많았습니다. 판례는 너무 길고 어려웠습니다. 형법, 민법, 형사소송법에 나오는 전문용어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사전을 찾아가며 천천히 공부했습니다. 교수님들도 친절히 가르쳐 주셨습니다. 동기들도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삼자나씨는 동기 학생들과 교수들의 도움이 컸다고 했다. 무엇보다 힘들 때마다 옆을 지켜준 남편과 가족의 응원으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학교 성적은 늘 상위권을 유지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라이 삼자나 씨. 경찰의 꿈을 키운 삼자나 씨는 각종 법률용어에서부터 형법, 민법, 형사소송법은 물론 각종 판례까지 만만치 않은 공부를 거뜬히 소화해 냈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라이 삼자나 씨. 경찰의 꿈을 키운 삼자나 씨는 각종 법률용어에서부터 형법, 민법, 형사소송법은 물론 각종 판례까지 만만치 않은 공부를 거뜬히 소화해 냈다. ⓒ 조선대

"합격자 발표를 하던 날, 제 응시번호를 확인했습니다. 믿기지 않았습니다. 눈을 꼭 감았다가 뜨고 다시 확인했습니다. 혼자서 몇 번을 보고 또 봤습니다. 합격 사실을 남편과 시어머니한테 알렸습니다. 크게 기뻐하셨습니다. 시어머니는 동네에 자랑까지 하고 다니셨습니다."

삼자나씨는 며느리의 합격 소식을 이웃에 자랑하는 시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합격사실을 확인할 때보다도 더 행복했다고 했다. 그녀는 앞으로 중앙경찰학교에서 8개월 동안의 교육과정을 거쳐 대한민국 경찰로 일하게 된다.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이 많습니다. 저와 같은 다문화가정도 늘고 있습니다. 결혼이민자와 유학생, 외국인근로자들의 불편을 덜어주는 경찰이 되고 싶습니다. 한국사람과 네팔사람, 나아가 한국인과 외국인의 소통도 도우며 한국의 다문화사회 정착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외사부서에서 열심히 일하고, 기회가 되면 여성이나 청소년 담당부서에서 일해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라이 삼자나 씨가 자신의 한국생활과 학교생활 경험담을 들려주고 있다. 지난 6월 25일 자신이 살고 있는 전남 담양의 대조마을에서다.
대한민국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라이 삼자나 씨가 자신의 한국생활과 학교생활 경험담을 들려주고 있다. 지난 6월 25일 자신이 살고 있는 전남 담양의 대조마을에서다. ⓒ 이돈삼

삼자나씨는 한국인 남편(김수현)과 결혼해 대한민국(전남 담양)으로 이주해 왔다. 남편과는 8년 전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만났다. 아는 사람의 소개였다. 삼자나씨는 당시 대학교 1학년 학생이었다. 곧바로 결혼하고 남편을 따라 한국으로 들어왔다.

"막연했지만, 한국에 가면 좋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남편도 좋았습니다. 그때는 제 나이도 어렸습니다."

삼자나 씨는 한국으로 오기 전까지,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아는 것이라곤 '코리아'라는 나라가 있고, 남북으로 갈라져 지금도 전쟁을 하고 있지만, 위험한 나라는 아니라는 정도였다. 한국은 빠른 시간에 발전했고, 한국사람들은 열심히 일을 한다는 것도 귀동냥으로 알고 있었다.

 라이 삼자나 씨가 지난 6월 25일 대조마을 회관에서 주민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주민들은 늘 삼자나 씨를 따뜻하게 대해주며 응원해 왔다고.
라이 삼자나 씨가 지난 6월 25일 대조마을 회관에서 주민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주민들은 늘 삼자나 씨를 따뜻하게 대해주며 응원해 왔다고. ⓒ 이돈삼

한국 생활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특별한 준비 없이 온 탓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국말을 전혀 익히지 않고 온 데다 문화 차이도 컸다. 나이도 많지 않아 사회생활 경험도 전무한 상태였다.

"한국사람들 정말로 맡은 일 열심히 했습니다. 욕심도 많았습니다. 네팔사람들은 큰 욕심 없이 현재에 만족하며 즐거워합니다."

그녀의 눈에 비친 네팔 사람과 한국 사람의 차이였다. 두 나라의 날씨 차이도 컸다. 무더운 여름 날씨도 한국에서 처음 겪었다. 겨울에 내리는 눈도 한국에 와서 처음 봤다. 삼자나씨는 네팔에서 중간 산간지대에 살았다고.

"네팔에서 살았더라도, 지금 정도의 어려움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저도 나이를 먹어가고, 한국의 문화와 생활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남편과 시어머니도 잘 이해해 줍니다. 그동안은 학교에 다니며 공부만 열심히 했습니다. 앞으로는 더 즐거운 한국생활이 될 것 같습니다."

결혼 이주여성에서 대학생으로, 이제는 대한민국 경찰로서 첫걸음을 떼려는 '히말라야 소녀' 라이 삼자나씨의 기대다.

 라이 삼자나 씨가 지난 6월 25일 담양군 대전면복지센터에서 아동보육 수당을 신청하고 있다. 네팔 출신의 삼자나 씨는 올해 한국생활 8년째를 맞고 있다.
라이 삼자나 씨가 지난 6월 25일 담양군 대전면복지센터에서 아동보육 수당을 신청하고 있다. 네팔 출신의 삼자나 씨는 올해 한국생활 8년째를 맞고 있다. ⓒ 이돈삼



#라이 삼자나#삼자나#조선대학교#경찰행정학과#다문화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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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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