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7월 1일 처음 도입된 노인장기요양제도는 올해로 시행된지 10년이 되었다. 고령화 속에서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65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사회보험의 형태로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초기 시행 당시 3만 명가량이던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이용자수는 10년이 지난 지금 10배가 넘은 40만 명 가량으로 증가했고, 대상연령층의 노인의 8%가 해당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서비스는 크게 확대되었지만, 노인장기요양제도의 현재의 모델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회보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민간시설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서비스가 시장화 · 상품화 되어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리목적으로 운영되는 시설에서 노인 학대의 문제나, 요양기관의 불투명한 운영에서의 부정수급 문제도 심심치 않게 언론에 등장하곤 했다.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이면에는,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처우와 저임금 문제가 놓여있다. 요양서비스제도의 확대에 따라 요양보호사의 수도 증가했지만 이들의 임금은 10년째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다. 재가요양보호사들은 시간제로 일을 하기 때문에, 이용자가 이용시간을 줄이거나 기관을 바꾸면 임금이 줄거나 일자리가 없어지기도 한다.
요양보호사의 열악한 처우에는 정부도 '한몫'을 차지한다. 지난해에 보건복지부가 재가요양서비스 시간을 4시간에서 3시간으로 줄이면서, 사실상 재가요양보호사들의 임금이 20%가량 삭감되었으며, 올해에는 최저임금 상승폭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요양보호사의 낮은 임금을 보전하던 '처우개선비'를 없애버리기도 했다. 이러한 조삼모사격의 정책은 요양보호사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면 된다는 정부의 요양보호사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4일 광화문 광장에서는 서비스도입 10주년을 맞아, 이러한 요양보호사의 낮은 처우를 지적하고 노인장기요양제도의 공공성을 강화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기자회견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와 재가요양지부, 서울요양보호사협회, 보건복지자원연구원의 공동주최로 이루어졌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장은 "10년을 '기다려라' 해서 기다렸는데 노인들은 정말 노인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였고, 요양보호사들은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였다"며 기자회견의 취지를 밝혔다.
낮은 임금과 노동 불안정성이 대표적인 요양보호사의 문제로 꼽히고 있지만, 부가적인 문제들도 많다. 이용자가 '갑'인 만큼 서비스이용자에게 성희롱 · 성폭력을 당해도 #METOO를 외칠 수 없고 자신의 본업인 서비스제공 외에 설거지나 김장과 같은 가사일을 요구받아도 거부하기 힘들다. 와상노인을 엎거나 옮기다가 근골격계 질환을 앓아도 중장년 여성의 질환으로 치부되어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한다. 10년차 재가요양보호사는 "(서비스이용자의) 자식들에게 줄 김치를 담그지 않았다고 하루아침에 해고되기도 한다"며 "날씨가 많이 덥지만, 돌봄현장은 더욱 덥다"고 발언했다.
노인장기요양제도를 바로잡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100대 공약 중 하나로 공공에서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밝혔다. 취임 초창기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기대가 증가했지만, 현재에는 '사회서비스원' 설립으로 축소되어 진행되고 있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공약이행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자회견 마지막에 요양보호사들은 "사회서비스 가즈아~" 라고 적힌 우산을 펼쳐들었다. 10년간의 낮은 처우를 참아가며, 돌바닥 위 뙤약볕 아래 열기를 참아가며 우산을 펼쳐든 요양보호사들의 바람은 실현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