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일어난 것도 68년이 흘렀지만, 그 상흔은 여전히 남아 있다. 11일 충남 홍성군 용봉산에서는 한국전쟁 과정에서 희생당한 민간인 희생자들의 추모식이 열렸다. 이날은 홍성보도연맹 사건이 일어난 지 68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지난 2005년 용봉산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희생자에 대한 1차 추모제가 열린 이후 올해로 14번째 추모제이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홍성군 유족회 주도로 희생자 가족들에 대한 유전자 검사가 실시됐다. 유족회에 따르면 희생자 가족의 유전자 검사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진행되고 있다.
추모제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유전자 검사 동의서'를 작성한 뒤 머리카락과 구강 세포를 제공했다. 희생자 유골의 경우, 현재 20여 구가 검사 의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유전자 검사를 원하는 유가족들을 중심으로 유전자 채취가 진행됐다.
충남 홍성군에서는 지난 1950년 7월 11일부터 대대적인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다. 홍성읍 용봉산과 소향리 붉은고개 등에서 100여 명 이상, 광천읍 담산리 37명 이상 등 홍성 전역에서 630여 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홍성군 유족회 이종민 회장은 "1세기 가까이 품어 온 한(恨)이 가실 때가 됐건만 쉽게 가셔지지 않는다"며 "우리의 아버지들은 일제 36년 고통의 세월 속에서 태어나 겨우 30~40년을 살다 돌아가셨다. 쌀을 빼앗기고 농토를 빼앗기고 나중엔 목숨까지 빼앗기고 그렇게 죽어갔다"고 말했다.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골은 용봉산 추모공원 한쪽의 작은 컨테이너박스에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이종민 회장은 "컨테이너박스에 차디찬 유골 몇 조각으로 남아 있는 우리 아버지들은 자식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며 "한 명의 후손이라도 더 DNA 검사에 응해 돌아가신 분들의 한을 풀어 드리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