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하청노동자를 포함해 8400여 명이 삶을 이어가는 일터였지만 현재는 7580명의 일터를 앗아간 빈 공장으로 향해가고 있다. … 선택지는 없다. 총고용 보장하라."통영 성동조선해양의 상황이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동조선해양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회사(관리인)는 생산직 81.3%, 관리직 42.4%를 정리해고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월 1차 희망퇴직에서 관리직 120명과 생산직 182명, 7월 12~17일 2차 희망퇴직에서 생산직 31명과 관리직 29명이 회사를 떠났다. 18일 현재 남은 직원은 생산직 570명과 사무관리직 250여 명이다.
회사는 최종적으로 생산직 147명과 관리직 245명만 남긴다는 계획이다. 2차 희망퇴직까지 인력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리해고가 예상된다.
노동자들은 투쟁하고 있다. 금속노조 성동조선지회는 한 달 넘게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하고, 강기성 지회장은 7월 5일부터 14일째 단식 농성하고 있다.
성동조선지회는 '무급휴직'과 '임금동결', '복리후생 한시적 중단' 등을 제시하면서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성동조선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하다"
노동단체와 시민사회진영, 진보정당으로 구성된 '노동자 생존권 보장, 조선산업 살리기 경남대책위'(공동대표 하원오 등)는 7월 18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총고용 보장'을 요구했다.
김정광 집행위원장은 "성동조선 노동자들의 투쟁은 정당하다. 전임 정부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지방정부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강기성 지회장은 "정리해고 반대와 온전한 회생을 요구하며 14일째 단식하고 있다. 지난 7월 13일 농성장에 김경수 도지사와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이 함께 방문했고, 그 이후 어떠한 진행 사항도 없다"며 "법원의 정리해고 계획이 노조와 대치 상황이다"고 했다.
그는 "성동조선해양은 세계금융위기 속에 '키코'의 금융사기에 의해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며 "그렇기에 금융기관과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남대책위는 회견문을 통해 "이제 더 이상의 인적 구조조정은 중단해야 한다. 성동조선 '2018년 인력구조조정 계획(안)'이 기준이 될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라는 기준을 갖고 성동조선의 총고용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성동조선의 노동자들은 잘못이 없다. 지난 2010년 이후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선박 수주와 경영, 인사권을 행사해 왔으며, 수주단계에서도 영업방해와 RG발급 거부로 현 사태를 유발했다"며 "그런데 책임을 져야 할 채권단과 중소형조선산업 회생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고, 노동자들만 그 책임을 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노동조합은 양보에 양보를 거듭해 왔다. 기한에 정함이 없는 무급휴직은 물론, 통상임금 반납, 복지 축소까지 제안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동조선을 둘러싼 정부와 자본은 구조조정의 칼날을 갈고 있다"고 했다.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해서 이들은 "성동조선의 구조조정에 대해 당사자로서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성동조선 정리해고에 대해 '노력하겠다'는 말로는 일터를 떠나는 노동자들과 남아있는 노동자들의 눈물을 멈추게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경남도지사로 경남 경제를 살려낼 도지사라면 경제의 근간이 되는 노동자를 향한 불법, 불합리한 '정리해고를 중단시키겠다'고 답변해야 할 것"이라며 "최소한 '성동조선의 정리해고는 잘못되었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남대책위 대표들은 강기성 지회장 등과 함께 기자회견 뒤 '도민공감실'에서 김경수 도지사와 면담하고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날 면담은 비공개로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