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국가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안정섭)이 2018년 4월 5일, 서울시청에서 관련 단체와 함께 사법 개혁을 주제로 시민 강연회,토론회를 진행하고, 진선미 국회의원, 최강욱 변호사, 이정렬 전 판사 등과 함께 결의를 다지고 있다.
국가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안정섭)이 2018년 4월 5일, 서울시청에서 관련 단체와 함께 사법 개혁을 주제로 시민 강연회,토론회를 진행하고, 진선미 국회의원, 최강욱 변호사, 이정렬 전 판사 등과 함께 결의를 다지고 있다. ⓒ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공무원도 노조가 있어?"
"공무원은 안정적인데 노조 활동할 필요가 있나?"


필자가 '국가공무원노동조합'이란 단체에서 일한다는 소식을 접한 지인들은 모두 유사한 반응을 보인다. 가끔 종로나 광화문 집회 현장을 지나더라도 특정 집단이 공무원노조 이름을 걸고, 집회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직을 맡은 공무원이, 안정적인 직업 중 하나로 여겨지는 공무원이 굳이 모여서 시위·집회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선입견을 대부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일터의 한 직원으로서 공무원에게 주어진 노동자의 권리가 매우 제한적으로 보장되고, 행사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우리 헌법은 제33조에서 '모든 국민'의 노동 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특수한 지위의 공무원은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노조 활동과 가입 대상·범위가 제한되고, 쟁의 행위가 금지된다. 이러한 제한적 범위의 노동기본권 내에서 공무원노조가 활동하고 있으니, 대중의 눈에 공무원의 대규모 집회·시위가 목격되기 어렵다.

그렇다면 공무원노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 궁금해진다. 공무원노조는 민간 기업의 노조와 유사하게 노동자로서 공무원의 근로 여건 개선과 처우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폭넓게 이들의 정치·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을 위해 힘쓴다.

민간 기업의 사장이 직원들의 눈높이에 맞춰 임금을 올려주고, 사내 복지, 휴가, 승진 등의 사안을 합리적으로 개선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니 이와 관련된 사항이 기본적으로 노조의 역할이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공무원의 사용자인 정부를 상대로 노동자인 공무원의 근무 여건과 복지 환경 개선을 요구하기 위해 공무원노조가 필요하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노동조합의 기능과 비슷하다.

민간 노조와 달리 공무원노조가 가진 중요한 역할이 있다. 정부의 정책 활동에 대한 견제다. 정부 정책수단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실현 가능성'이다. 정책수단의 실현 가능성은 실제 집행이 이뤄지는 현장에서 확인될 필요가 있다. 이는 각 지역, 다양한 근무부서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을 통해 진행되어야 이상적이다.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정책을 연구한 학자·전문가들이 새로운 정책수단을 제안하고, 정부가 채택할 수는 있다. 그러나 하나의 정책수단이 공공성, 형평성, 민주성 등 행정 가치와 정치적·행정적·재정적 실현 가능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다양한 검토·확인이 필수적이다.

이 지점에서 현장 공무원의 역할이 주목받아야 한다. 최고 정책 결정 집단의 역량과 의지만큼 공무원노조가 가진 전문성과 견제자로서 역할이 중요하다. 정책이 집행되는 현장에서 정책 목적에 맞게 수단이 운용되는지 확인·점검하고, 오류나 부작용이 예상될 때는 의견을 제시하는 임무가 있는 것이다.

비정상적 국정운영 막으려면... 공무원노조 나서야

공무원노조의 정부 정책 활동에 대한 견제 역할까지 언급하다 보니, 우리의 아픈 과거가 떠오른다.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 자원 외교, 방산비리 등 부패,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건. 그때 공무원노조는 무엇을 했을까?

국민의 눈에 두 정권은 아무런 제어장치 없이 막무가내 질주를 한 듯 보였다. 하긴,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가장 막강한 대정부 견제 역할을 맡은 국회조차 무력하게 보였으니, 공무원노조라고 별 수 있었겠는가.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저런 비정상적인 국정 운영하에서 공무원노조 또한 무력했던 건 사실이다.

공무원노조의 대정부 견제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현재 비어있는 퍼즐 하나를 찾아야 한다. 바로 단체행동권이다. 법률과 복무규정을 통해 공무원의 쟁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정치적 중립 의무도 강요받고 있어 집단 행동 같은 집회·시위 활동이나 정치적 의사 표현도 불가능하다. 이 시점에서 단체행동권을 포함한 공무원의 노동 3권, 정치 기본권을 사회적 논의 테이블에 올릴 필요가 있다.

공무원이 완성된 노동 3권과 정치 기본권까지 부여받는다고, 이전 정권과 같은 만행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견제자로서 요구되는 기본 장치는 갖췄다고 할 수 있다. 헌법에 명시한 기본권을 누릴 모든 국민에는 공무원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지위, 공무원노조의 역할이 새롭게 인식되고, 완성된 퍼즐로 서 있을 곳에 서 있기를 기대해본다.
 


#공무원 노조#노동 3권#정부 견제 장치#국가공무원노동조합#정치적 기본권
댓글2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