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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는 길고양이였습니다. 동네 철물점에 매일 밥을 먹으러 오던 강호가 어느 하루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틀 만에 찾아온 강호는 뒷다리가 심각하게 부러져 있었습니다. 앞발로 기어서 평소에 밥 주던 사람을 찾아온 거지요. 그 분의 도움 요청으로 우리는 만났습니다. 그리고 두 번의 수술을 받고 강호는 두 발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가족이 되었고요. 장애를 얻었지만 늘 씩씩하고 명랑한, 무엇보다 호기심 많은 강호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 기자 말

강호와 있는 숙소에서 유일한 경계 대상은 4개월 된 꼬마 골든 리트리버다. 이름은 코코. 코코의 문제 아닌 문제는 사정 없이 발랄하다는 점. 곁에 가려는 시늉만 해도 펄쩍펄쩍 벌러덩 발라당 반가워 흥분을 하고 머리라도 쓰다듬으려면 이때다 하고 옷을 물곤 놔주질 않는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 이명주

강호와 코코가 서로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코코는 산책할 때 외 2미터쯤 되는 줄에 묶여 있지만 스스로 풀고 가출한 전적이 있다 하니 안심할 수가 없다. 친하게 지낼 수도 있지만 사냥 본능을 가진 개이기에 미연에 조심하는 수밖에. 둘이 떨어져서 바라보는 모습이 안타깝고도 귀엽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 이명주

강호와 분명 같이 방으로 들어왔는데 안 보여서 순간 당황했다. 이렇게나 이불 속에 폭 파묻혀선 낮잠을 자고 있었으니. 고양이 가족이 여럿인데 제각각 선호하는 자리나 잠버릇이 다르다. 그런 것만 봐도 좋다, 싫다 감정이 있고 편하다, 아프다는 감각을 아는, 다르지 않은 생명임을 실감한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 이명주

마당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만끽 중이다. 웬일로 곁에 가만히 앉아 있는 강호의 뒤통수가 사랑스럽다. 살던 집과 하던 일을 모두 정리하고 강호와 여행을 시작했다. 강호를 위한 것인 동시에(그러길 바라며) 나를 위해서이기도. 멈춰서 썩지 않고 계속해 내 안팎에 새로운 길들을 만나고 싶어서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 이명주

주변 탐색 후 안전하다 결론을 내렸는지 야자수와 홍학 곁에 누워 여유를 즐기는 듯한 강호. 오가는 길이 힘들더라도 이런 모습을 보면 '같이 여행 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봄과 고양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보고 있으면 가장 밝고 평화로운 마음이 된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 이명주

오후에도 강호의 마당 탐험은 계속 된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이 여행의 끝에 우리가 다시 정착해 살 집에 꼭 이런 마당이 있으면 좋겠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 이명주

(이전 글 : 여행, 잠자던 강호의 호기심을 건드리다)

덧붙이는 글 | 우리의 실시간 여행이 궁금하다면? facebook.com/pg/travelforall.Myoungju / blog.daum.net/lifeis_ajourney



#고양이와 여행#제주 한달살기#장애 동물#길고양이 #CAT 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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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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