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체: 26일 오후 5시 28분]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했던 현직 부장판사가 "재판연구관으로 있을 때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보상금 청구사건이 들어와 미쓰비시 사건의 판시를 인용한 의견서(판결초고)와 보고서를 주심 대법관님께 보고하고 난 후, 선배 연구관이 그 판결 이유가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며 파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라고 밝혔다.
A 부장판사는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물론 총괄부장님까지 누구도 미쓰비시 사건이 다시 검토되고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라며 "대법원이 자신이 내린 판결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한다는 말도 안 되는 엄청난 일이 검토되고 있는데도 누구도 그것을 알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A 부장판사의 말에 따르면 해당 재판의 주심 대법관도 이 정황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한다. 그는 "판결 이유를 수정해야 한다는 보고를 하러 가자 대법관님은 그 미쓰비시 판결이 이상하다면서 '한일외교관계에 큰 파국을 가져오는 사건'이라며 그 사건을 다시 한번 검토해보라고 지시하셨다"라고 밝혔다.
A부장판사는 이 같은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판결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배신하고 국민의 보호를 저버리는 판결을 한다면 사법부의 신뢰를 어떻게 될 것인지 등을 담은 보고서를 썼다가 끝내 보고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A 부장판사가 언급한 사건은 대표적인 '재판 거래' 의혹으로 꼽히는 미쓰비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과 유관한 소송이다.
현재 대법원에는 미쓰비시 중공업의 강제징용과 근로정신대 동원 관련한 손해배상 소송이 각각 올라와 있다. 강제징용 사건의 경우 1, 2심에서 원고(피해자) 패소 판결이 나왔지만 대법원은 2012년 이를 파기했다. 이후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고, 미쓰비시 측이 재상고 한 상태로 5년이 넘게 지났지만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소송은 1, 2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결과가 나왔고, 2015년 대법원에 올라와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 가운데 미쓰비시 강제징용 소송은 최근 검찰이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의 USB에서 발견한 '강제노동자 판결 관련-외교부와의 관계(대외비)'라는 제목의 문건에서 당시 대법원과 외교부 간의 '거래'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해당 문건에서 2013년 9월, 외교부는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민원을 대법원에 여러 차례 전달했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외교부를 배려해 절차적 만족감을 주자"라고 판단하면서 그 대가로 '법관의 해외 파견과 고위 법관 의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대법원이 외교부의 지속적인 요청에 따라 대법원에서 이미 원고 승소 취지로 내려보냈던 판결을 재상고심에서 5년 가까이 미뤄왔다고 보고 있다. (관련 기사:
끝나지 않은 '재판거래', 일제 강제징용 판결 왜 5년 묵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