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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안전부
행정안전부 ⓒ 연합뉴스

간첩 조작 사건으로 두 개의 훈장을 받은 당시 수사관이 서훈 취소는 하나만 된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사실을 문제 제기하자 뒤늦게야 허점이 있다는 걸 인정했다. 서훈 취소를 판가름하는 공적심사에 구멍이 있다는 게 드러난 거다.

사연은 이렇다. A(65)씨는 전두환 정부 시절 보안사 수사관이었다. 지난 1985년 그는 '납북 어부 서창덕 간첩조작 사건'으로 '간첩검거유공' 사유를 들어 보국훈장 광복장을 받았다. 이듬해에도 똑같은 이유로 한 차례 더 보국훈장 광복장을 수상했다. 전두환 정부가 '정삼근 간첩조작 의혹 사건'으로 그에게 훈장을 준 거다.

서훈이란 정부가 국가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한 사람에게 주는 표창이다. 등급에 따라 훈장과 포장, 그리고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 표창으로 나뉜다. 보국훈장은 국가안전보장에 뚜렷한 공은 세운 자에게 수여되는 훈장으로 광복장은 5등급에 해당한다.

알고 보니, 두 개의 훈장엔 감춰진 비밀이 있었다.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결과 고문과 구타로 수사관이 '가짜 간첩'을 만들어 낸 거였다. 법원도 이를 인정했다. 지난 2008년 '납북어부 서창덕 간첩 조작사건' 재심이 열려 24년 만에, 2009년에는 '정삼근 간첩의혹 사건'의 재심이 열려 23년 만에 각각 무죄가 선고됐다.

지난 10일, 행정안전부는 '정삼근 간첩조작 의혹 사건'으로 훈·포장과 대통령·국무총리표창을 받은 4명의 서훈을 취소했다. 사유는 거짓공적이었다. A씨도 이 명단에 포함됐다. 문제는 여기부터다. '납북 어부 서창덕 간첩조작사건'이 이번 서훈 취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A씨가 역대 훈·포장 명단에 아직 이름이 올라가 있는 이유다. 다시 말하면, 가짜 간첩을 조작하고도 여전히 취업지원과 의료지원, 교육지원, 대부지원 등 각종 보국훈장 혜택을 누리고 있다.

행안부 "신중 기해야 하는 일이라 1년 이상 조사 필요"

행안부는 이런 사실을 "모른다"고 말하다가 <오마이뉴스>의 취재가 거듭되자 서훈 취소 명단을 발표한 뒤에야 "A씨가 두 개의 훈장을 받고 한 개만 취소됐다는 걸 파악하게 됐다"고 말을 바꿨다.

이게 다가 아니다. 공적심사에 허점이 있는 것도 확인됐다. 행안부가 서훈 취소의 근거로 삼은 '진실화해위원회의 재심권고 무죄사건'의 기준대로 라면, '납북 어부 서창덕 간첩조작 사건'도 이번 서훈 취소 대상에 포함됐어야 한다. 하지만 이 사건은 어찌 된 영문인지 제외됐다. 취재결과, 정부 내부에는 서훈 취소 대상자를 정확하게 선별할 만한 시스템이 없었다. 공적 사유에 사건 관련 내용이 없으면 이를 가려내지 못했다.

가령 이런 식이다. A씨의 공적 사유에 '간첩검거유공'이라 적혀 있으면, 어떤 사건으로 훈장을 받았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A 씨가 1986년에 받은 서훈만 취소된 거다. 공적 사유에 '정삼근'이 언급돼 있었기 때문이다.

행안부 서훈담당 관계자는 "지금까지 훈·포장을 받은 대상자가 140만 명에 달하나 구체적인 공적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키워드로 검색해 서훈 취소자를 가려내고 있다 보니 공적 사유가 구체적이지 않으면 중복 훈포장 대상을 찾아내기 힘들다"며 "문제가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추가 조사해 판가름하겠다. 다만,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이다 보니 최소 1년 이상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훈#훈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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