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했다. 지난 16일 단식에 들어가며 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이 <교육희망>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난 25일. 곡기를 끊은 지 10일째인 조 위원장이 '수요촛불'에 모인 사람들 앞에 섰다. 그날은 29년 전인 1989년, 전교조의 합법화를 위한 단식을 시작한 날과 같은 날이었다.
1989년 7월, 명동성당 앞에는 물 한 모금과 소금 한 줌으로 단식했던 6백여 명의 교사들과 혈서로 '참교육 만세'를 써 농성장으로 보내 온 학생들이 있었다. 29년이 지난 2018년 7월, 청와대 앞에는 숨 막히는 더위에 단식을 이어가는 조 위원장과 '닮고 싶은 교사가 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긴 학생들이 있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은 건 전교조는 '법외노조'라는 사실.
조 위원장은 나지막이 말을 이어갔다.
"전교조는 부끄러움을 딛고 일어선 조직입니다. 1988년 어느 여학생이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며 죽었습니다. 그 유서를 29년 동안 가슴에 품고 투쟁해 온 조직이 전교조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전교조는 부끄럽습니다. 30년 동안 싸워왔지만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지는 못했습니다. 며칠 전 천막농성장을 찾은 후배 동지들한테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참 미안했습니다. 우리의 청춘을 바치고, 삶을 바치고, 목숨 바쳐가며 바꾼 세상이 이 정도인가…."
미안함은 삭발에 나선 참교육동지회의 선배들에게 이어졌다. '가슴이 턱 막힌다'는 조 위원장은 한 선배와의 대화를 전했다.
"7월 6일 40여 명의 동지들이 삭발을 했습니다. 그 날 집회를 끝내고 돌아오는데 선배님께서 그러십니다. '청와대 안에 있는 저 제자들을 우리가 잘못 가르쳤으니 이제는 우리가 머리를 깎아야 할 차례다' 그래서 제가 옆에 있다가 '우리가 더 열심히 투쟁할 테니 선배님들은 머리를 깎지 마십시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선배님들께서 머리를 깎겠다고 하시니 정말 죄송합니다. 이렇게밖에 저희들이 싸울 수 없어서 죄송합니다."
바로 앞 마주하고 앉은 백발의 선배들을 보며 조 위원장은 울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조 위원장은 다시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우리는 아이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오늘도 내일도 투쟁할 것입니다. 시민들과 함께 새로운 촛불세상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그것이 참교육이고 참세상입니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법외노조 문제 말고도 너무나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저는 자랑스러운 전교조 위원장으로서 동지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저희들에게 주어진 힘이 있다면 모든 것을 다 걸고 투쟁해 반드시 좋은 세상 만들겠습니다. 꿈을 잃지 말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서 걸어갑시다."
이 날 전교조 참교육동지회 김귀식(85세/서울), 윤한탁(81세/서울), 이상선(80세/경기), 홍갑표(79세/서울), 이건(75세/서울), 조희주(68세/서울), 홍성국(66세/전남), 김재석(65세/서울), 박흥원(62세/서울) 회원은 백발을 잘랐다. 이들은 많게는 85세, 적게는 62세로 평균나이는 73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교육희망>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