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이 차명계좌를 이용하면서 내지 않았던 세금 가운데 1093억 원이 나랏돈으로 돌아왔다.
8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엉터리로 운영된 금융실명법을 바로 세웠더니 1093억 원의 세금이 국고로 환수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세청이 지난 2월부터 이건희 회장 건을 비롯한 차명계좌에 과세를 시작했다"며 "그 결과 올해 상반기에만 이자·배당소득세 과세로 1093억 원을 거뒀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박 의원은 금융실명법과 관련한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으로 인해 이 회장이 차명계좌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4조4000억 원을 찾아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금융위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 1997년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차명계좌임이 밝혀진 경우라도 그 계좌는 실명으로 전환할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놨었다. 당시 금융위는 '개똥이' 등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름으로 된 계좌만 실명전환 대상이라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국세청 차명계좌로 거둔 세금 극히 일부...적발된 차명재산 9조3135억원"이에 따라 차명으로 밝혀진 계좌라 하더라도 과징금이나 이자·배당소득세를 거둘 수 없었는데 박용진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의 지적으로 금융위가 입장을 바꿔 검찰조사 등 사후적으로 확인된 차명계좌에는 과세를 하겠다고 한 것. 이처럼 금융위가 차명계좌 과세에 대한 방침을 바꾸자 국세청도 차명계좌에 붙은 이자의 90%를 세금으로 징수할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약 1100억원이 국고로 돌아왔다.
박용진 의원에 따르면 금융업계 차명계좌 관련 과세 고지내역은 증권업 1068억 원, 은행업 24억 원, 기타 1억 원 등이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이는 말 그대로 '새발의 피'"라며 "지난 5년 동안 국세청이 적발한 차명재산은 9조3135억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세청이 이번에 거둔 1093억 원은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임박해 더 지체할 경우 세금 징수가 불가능한 극히 일부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세금 부과제척기간은 나라에서 세금을 거둘 수 있는 법정기간을 말하는데, 일반적인 경우 5년이지만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 인한 경우에는 10년이다.
이와 함께 박 의원은 "우리 사회 일부는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노력을 '기업활동 옥죄기'로 호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내야 될 세금을 내지 않고,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부 특권층을 위한 특혜와 관료들의 잘못된 태도야말로 사회를 위기로 빠뜨리는 반시장적이고, 반경제적인 행위"라고 일갈했다. 이어 그는 "비뚤어진 원칙과 법을 바로잡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