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BMW)의 결함 은폐 의혹을 밝히려면, 직접 차량을 갖고 주행 시험을 해야죠. 그래서 (화재의) 발화지점을 찾아야합니다."하종선 변호사(법무법인 바른)의 말이다. 그는 최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독일 베엠베(BMW) 차량 화재사고의 중심에 서 있다. 하 변호사는 회사 쪽의 미흡한 대응과 원인 규명에 화가 난 BMW 차량 소유주들과 함께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가 이번 집단소송을 맡게 된 배경에는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의 디젤게이트 사건이 있다. 디젤게이트는 지난 2015년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이 디젤(경유) 차량 배기가스의 배출량을 임의로 조작해 전세계적으로 큰 논란을 빚은 사건이다. 당시 하 변호사는 국내에서 해당 차량 소유주들의 집단소송을 대리하기도 했다.
이후 그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권리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BMW 차량 화재 사태가 한창 진행 중인 지난 6일 하 변호사를 만나 화재의 원인과 회사의 제작결함 은폐 의혹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하 변호사는 무엇보다 BMW의 제작결함 은폐 의혹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화재의 원인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차량의 주행 시험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BMW 차량의 화재가 EGR 모듈의 문제가 아닌 다른 곳에서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도 했다.
"EGR 밸브를 완전히 개방하고, 장거리 고속주행 실험 해보자"그가 주행시험을 주장하는 이유는 이같은 실험을 통해 불꽃이 일어난 지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엔 부분적으로 불이 난 차량을 조사해 EGR 모듈의 결함에 주목했었다"면서 "화재가 난 다른 차량 또는 주행 시험을 거친 차량의 훼손 상태를 정밀 비교해보면 아마 다른 원인도 알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행 시험은 실험실과 실제 도로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EGR 밸브를 완전히 개방하고, 장거리 고속 주행을 지속하는 방식이다. 이때, 자동차 보닛 안에 카메라를 장착해 발화점을 촬영해야 한다. 또 회사가 지목한 EGR 모듈의 문제 중 하나인 바이패스(우회로) 밸프의 개폐 여부에 따른 차이점도 파악해야 한다. 여름에 화재가 잇따라 발생한 만큼 에어컨을 최대로 작동하는 조건도 적용돼야 한다.
하 변호사는 "EGR 모듈뿐 아니라 배선이나 전기적 과부하의 문제가 화재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화재가 나면서 배선을 태워 발화점을 파악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외 또는 국내에서 실시했던 리콜 사례를 되짚어서 당시 지목됐던 결함의 원인에 대해서도 재검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그는 연료계통의 제작결함 가능성도 의심하고 있다. 연료 공급이 중단되지 않은 것도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화재 가능성이 파악되면 이씨유(ECU, 제어 소프트웨어)에 설정된 대로 연료 공급이 중단돼야 하는데, 차량이 전소됐을 정도로 불이 났다는 것은 연료 중단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EGR 뿐 아니라 연료계통 제작 결함 가능성도 배제 못해..."BMW는 알고 있었을것"더불어 EGR 모듈의 결함이 화재로 이어진다는 것을 회사 쪽에서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번 리콜 보다 앞서 진행된 EGR 모듈에 대한 리콜 조치와 소형차 5종에 개선품 장착을 알리는 변경인증 신청, 그리고 신형 차종에는 개선된 부품을 적용했다는 점이 제작사에서 EGR 모듈의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를 밝혀내기 위해 공식 판매사와 BMW 코리아, 그리고 독일 본사 사이에서 오고 간 기술자문요청 내용 등의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판매 차량에만 적용한 부품의 여부, 설계 변경 내용과 이유, 설계변경서, EGR 쿨러 납품 협력사에 대한 정보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흡기다기관의 재질과 내열 한계 온도, 대체 가능 소재 등에 대한 조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흡기다기관에 천공이 발생하는 보고를 받은 이후에도 BMW 쪽에서 내열성이 높은 재질로 변경하지 않았다면 원가 절감을 위해 운전자의 안전은 소홀히 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그는 EGR 모듈 자체의 내구성도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에 대한 기준이 강화되자, 이를 충족하기 위해 EGR 모듈을 과도하게 작동시켰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같은 공급사의 EGR 모듈이 탑재되는 브랜드의 제품과 비교 분석이 필요하다. 하 변호사는 "EGR 가동이 많으면 밸브나 쿨러에 과부하가 일어날 수 있다"면서 "이를 견디려면 상대적으로 내구성과 내열성이 높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리콜 대상 차량을 사용한 주행 시험과 더불어 일부만 불탄 차량을 확보해 비교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 변호사는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에서도 불이 났다는 것은 다른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리콜 규모는 물론, 화재 원인 조사 차종을 확대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