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최근 잇따라 발생한 차량 화재와 관련해 결함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베엠베(BMW) 코리아(아래 BMW)를 압수수색 했다.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회사가 독일 본사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결함을 은폐 또는 축소하려 한 증거 확보가 가능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0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오전 9시 30분부터 서울 중구의 BMW를 압수수색 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BMW 피해자 모임이 김효준 회장을 비롯해 독일 본사 임원 4명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및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지 21일 만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회사 쪽에서 차량 화재의 원인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으나, 이를 은폐 또는 축소시키려는 시도를 했는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진행됐다. 경찰은 인력을 대거 투입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내부 서류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압수수색을 통해 BMW가 서비스센터로부터 받은 이지알(EGR, 배기가스 재순환장치)모듈 관련 기술 자문 요청 자료와 이를 바탕으로 독일 본사간에 오간 자료를 모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화재 사태에 앞서 지난 2016년부터 서비스센터에서 수차례 EGR 모듈의 흡기다기관에 천공(구멍)이 발생한 현상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회사는 흡기다기관의 천공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지만, 화재 연결 가능성은 올 6월에서야 알게 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신형 차종들에 탑재된 개선된 EGR 모듈의 설계 변경도도 확보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BMW가 EGR 모듈의 냉각장치(쿨러)와 밸브의 화재 가능성을 예측하고 설계를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는 국토교통부가 화재 원인 조사를 위해 해당 자료를 요청하자 영업비밀을 이유로 설계도 제출을 거부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다른 집단소송단이 제기한 소프트웨어 문제를 밝혀내기 위한 증거도 갖췄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협회 소송지원단의 자체 시험을 통해 EGR 모듈의 우회로(바이패스) 밸브가 일정 온도 이상의 고온에서도 빈번하게 작동된다는 시험 조사가 도출된 것. 이들은 BMW가 연비 효율 및 엔진 성능 개선을 위해 바이패스 밸브가 고속주행 시 수시로 열린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해 피해자 모임의 법률대리인인 하종선 변호사는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BMW와 서비스센터, 그리고 독일 본사간의 이메일 등 결정적인 증거들이 확보돼 결함 은폐에 대한 진실이 속히 밝혀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경찰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사건 관련 증거를 확보하겠다"면서 "앞으로도 엄정한 수사를 통해 본건 관련 사실관계를 밝혀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