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흥구 신갈오거리를 조금 지나면 만나지는 대형마트. 2014년 12월 운영에 들어간 이후 3년이 더 지났다. 대형마트와 같은 건물에 대규모 아파트까지 들어섰다. 개점 당시부터 상인들의 주변 상권 황폐화 우려는 이어졌다. 아파트 단지 입주에 따라 소비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 지난 3년 동안 일대 상권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본지 기자가 20~23일까지 대형마트 일대를 돌며 주변 상점 100여 곳을 확인한 결과 대형마트 인근은 그나마 가게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불과 수십 미터 떨어져 주택가와 인근 골목으로 들어서자 문 닫은 상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골목상권이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커피숍과 주점이 눈에 띄게 많이 증가한 것도 확인됐다.
대형마트와 큰 길 두고 마주 한 상인들 심정
애초 상인들은 한정된 소비자가 대형마트로 몰릴 것을 우려했지만 이보다 먼저 각종 불편이 발생해 민원을 제기했다. 실제 마트에 물건을 배송하는 대형차량이 수시로 들락거려 주차뿐 아니라 안전상 불안을 호소해왔다. 다른 한 상인은 여름철이면 마트 실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불편을 겪기도 했다. 3년이 지난 현재 상인들은 비슷한 불편을 여전히 겪고 있지만 그나마 단골손님과 유동인구가 찾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형 마트 주변에는 다소 규모가 있는 상가 건물이 들어서는가하면, 같은 동선 곳곳에는 24시간 편의점이 차지하고 있어 소상인들의 걱정은 더 심해지고 있다.
강남병원 주변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쉽게 말하면 하루 평균 손님이 3~4년 전에 비해 최근에는 20% 이상 줄었다"라며 "대형 이마트 단지가 들어서 다소 기대 한 것도 사실인데 거의 여기까지 오지 않는다. 대부분 이전부터 찾아오는 분"이라고 밝혔다.
신갈오거리에서 용인시청 방향에 있는 42번 중부대로변에 위치한 한 옷가게 주인 A도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올 여름에 하루 평균 1벌도 못 팔았다. 대형마트에 들어가면 시원하게 다양한 옷을 구경할 수 있는데 우리 가게에 잘 오지 않는다"라며 "주변 가게가 거의 다 비슷하다. 개인 건물이 아니면 요즘에는 장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솔직히 우리도 장을 보거나 식당을 이용하기 위해 마트를 찾는다"고 말했다.
해 지면 돌아다니기 민망해지는 주택가
대형마트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 상권은 사실상 황폐화 됐다. 일부 품목에 한정된 지엽적인 몰락이 아니라 말 그대로 시장 자체가 파괴된 것과 비슷했다. 실제 대형마트가 운영에 들어가기 전인 2014년 하반기까지는 그나마 골목 곳곳에 실생활과 연결된 가게가 있었지만 3년여가 지난 현재 그 공간은 다른 용도로 이용되고 있다.
신갈초등학교에서 100여미터 떨어진 곳에 있던 한 음악학원은 2016년 이후 커피숍으로 업종변경이 됐으며, 같은 건물 2층에 있던 보습학원은 문을 닫았다.
정확한 개업 시기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최소 2009년부터 운영해오던 대규모 전문 식당도 업종을 변경했으며, 인근에서 운영되던 추어탕 등 건강식품 식당은 호프집으로 바뀌었다.
주변 식도락 마니아층이 자주 찾았을 가정식부페 역시 2016년 경 호프집으로 바뀌어 있었다. 특히 호프집이 있는 건물에는 기존에 있던 지역아동센터가 그대로 자리하고 있어 교육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납품전문점도 식당으로 변경했지만 현재는 호프집으로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몇 년째 공실로 방치된 공간도 최근 주점으로 변경됐다. 기자가 기흥보건소를 기점으로 일대 신갈로 주변 2㎞ 가량을 다니며 확인한 결과 최근 2~3년 내 개업한 커피숍만 5곳, 호프 등 주점 6곳에 이르렀다.
대형마트에서 직선거리로 100미터가 채 되지 않은 곳에서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주변에 사는 외국 사람들 뿐 아니라 한국 사람이 찾아온다. 우리 가게 외에도 최근에 커피숍이나 성인들이 이용하는 가게가 많이 오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상인이 언급한대로 상가 상당수가 '성인용'임에도 불구하고 주택가와는 불과 수십 미터 가량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집에서 직선거리로 100미터 내에 커피숍 2곳, 호프집 1곳이 있다는 이모씨는 "언제부턴가 이런 가게가 많아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주변 가게 대부분을 차지한다"라며 "교육상 크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10년이 넘도록 슈퍼를 운영하고 있는 다른 주민도 "인근에 아파트가 생기고 대형마트가 생기니 사람들이 전부 그쪽으로 가버리고 동네는 외지인들이 많다"라며 "10년전만 해도 동네에서 많은 것이 해결됐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임영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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