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경찰청 간부가 자신을 신고한 112 신고자의 개인정보를 찾아내 금품을 건네고 사건 무마를 시도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어떻게 신고자의 정보가 유출됐는지와 더불어 허술한 경찰의 신고자 보호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밤 경찰 112 신고 전화로는 한 남성이 여성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문제의 남성은 부산경찰청 소속 A(43) 경정이었다. 당시 A경정은 술에 취한 상태였다.
다음날인 31일 낮, 술에서 깬 A경정은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48)에게 전화를 걸어 신고자를 만나 전날의 진술을 번복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A경정은 신고자 B(24)씨의 연락처도 건넸다.
부탁을 받은 A경정의 지인은 부전동의 한 카페에서 B씨를 만나 진술을 바꿔 달라고 부탁하며 300만 원을 주었다. 돈을 받은 B씨는 그날 오후 있었던 경찰 조사에서 애초 신고와는 다른 내용으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어떻게 A경정이 신고자의 개인정보를 알아내 연락을 취할 수 있었느냐는 점이다.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은 국민이 안심하고 자발적으로 형사 절차에 협조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신고자의 정보를 보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경정은 조사에서 현장에 출동한 형사기동순찰차 안에 있던 내비게이션에 송출되어 있던 신고자의 번호를 보고 연락처를 확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또 다른 경로를 통해 경찰 내부에서 신고자 정보가 유출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경찰은 '112종합상황실 운영 및 신고처리 규칙'을 통해 신고내용의 유출을 금지하고 있다.
설사 A경정이 경찰차 안에 있던 정보로 신고자의 연락처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경찰의 신고자 보호가 허술하다는 지적은 피해 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 시스템을 조금만 알면 손쉽게 신고자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밝혀내고 추가로 이들을 신병 처리하기로 했다. A경정에게는 특정범죄신고자보호법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부탁을 받고 돈을 주며 진술 번복을 부탁한 지인에게는 범인도피 교사, 돈을 받고 진술을 바꾼 신고자는 형법상 범인도피 혐의를 받게 됐다.
아울러 경찰은 신고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수사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