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삼성에 재취업한 퇴직 고위공무원들 가운데, 경찰 출신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은 지난 2013년 노조 설립 시점을 전후로 경찰청 간부들을 집중 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이 4일 공개한 인사혁신처의 4급 이상 퇴직공무원들의 취업심사 현황 자료(2008~2018년 7월)를 보면, 퇴직공직자가 삼성 계열사에 취업한 건수는 모두 181건으로 나타났다.
삼성에 재취업한 공직자들의 이력을 보면, 경찰청 출신이 63명으로 가장 많았다. 국방부(32명)나 검찰청(10건), 국세청(8건) 등 다른 기관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눈 여겨 봐야 할 지점은 이들의 채용 시점이다. 경찰 퇴직 간부들은 지난 2012~2013년 삼성 계열사에 집중 재취업했다. 지난 2012년에는 14명, 2013년은 11명의 퇴직 간부들이 삼성 계열사에 자리를 잡았다.
이는 2012년 이전과 비교하면 확연히 늘어난 수치다. 경찰청 출신으로 삼성 계열사에 재취업한 공직자는 지난 2008년 2명, 2009년 5명, 2010년 3명, 2011년 4명에 불과했다.
삼성이 경찰 출신 간부들을 대거 채용한 2012~2013년은 삼성 계열사 내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되던 시점이다. 지난 2011년 7월 삼성에버랜드 노동자 4명이 고용부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낸 것을 시작으로 지난 2013년 7월 삼성전자 서비스노조가 설립됐다.
삼성은 지난 2012년 1월 'S그룹 노사 전략' 보고서를 작성해, 조직적으로 노조 파괴 행위를 벌였다. 노조 파괴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던 것도 경찰 출신 간부였다.
검찰은 지난 9월 조직적인 노조 파괴 활동에 관여한 삼성 전·현직 임직원 18명을 기소했는데, 경찰대 2기 출신인 강아무개 전 삼성전자 부사장도 포함돼 있다.
이정미 의원실 관계자는 "삼성 내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되던 때 경찰 출신이 집중 채용됐다"며 "퇴직 경찰 간부들은 주로 회사 노무 담당이나 노사 관계 관련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퇴직 경찰 뿐만 아니라 현직 경찰도 삼성 노조 파괴 행위에 가담해왔다. 경찰청 정보국 경정 출신인 김아무개씨는 경찰 재직 시절 삼성에 노조 동향 정보를 건넨 혐의로 지난 7월 검찰에 의해 구속됐다.
검찰은 김씨가 노조 탄압에 반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염호석 경남 양산센터 노조 분회장의 시신탈취 과정까지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기형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정책위원은 "삼성에 취업한 경찰 퇴직 간부들은 주로 인사부서에 소속돼 노조원의 뒷조사를 하는 등 경찰 업무와 비슷한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 2012년 삼성 내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회사의 노조 방침이 바뀌었고, 그러면서 경찰 출신이 대거 채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