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강 : 5일 오후 4시 20분]
박근혜 정부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아래 전경련)를 압박해 보수성향 단체들에 수십억 원을 불법 지급한 일명 '화이트리스트'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5일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 6월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혐의로 수감 중이었으나 지난 8월 풀려났던 김 전 비서실장은 이날 61일 만에 재수감됐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병철)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실장에 대해 징역 1년 6월형, 조윤선 전 장관은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은 최초로 자금 지원 방안을 마련하게 하고 구체적 단체명과 지원 금액이 적힌 목록을 보고받아 실행했다"라며 "헌법이 수호하고자 하는 가치에 반해 사상의 자유와 특정 정치적 견해를 강요할 수 없음에도 함부로 우리 사회의 시민단체가 진보와 보수의 불균형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하고, 대통령비서실의 조직과 지위를 이용하여 보수 시민단체를 지원했다"라고 지적했다.
조 전 장관에 대해서는 "정무수석으로 취임하며 전경련 자금지원 목록을 인수인계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라며 "필요시 보수단체를 활용하는 기본적 구조를 인식하고 구체적으로 보고받고 승인·지시한 걸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다만 "범행이 이미 이루어지고 있던 중 정무수석으로 임명됨에 따라 범행을 인식하고 승인함으로써 가담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 범행가담 경위에 나름 참작할 사정이 있다"라며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김 전 실장은 2014년 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전경련이 어버이연합 등 21개 보수단체에 23억 8900여만 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 전 장관은 2015년 1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31개 단체에 35억여 원을 지원하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박근혜정부 시절 정부를 비판하는 성향의 문화예술인 지원을 배제하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혐의로 2심에서 각각 징역 4년과 2년을 선고받았지만,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넘어가면서 구속 기간이 만료돼 각각 8월 6일과 지난달 22일 석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