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30년이면 한국 육군에서 행군을 주 기동방법으로 삼는 이른바 '알보병' 부대가 사라질 전망이다.
육군은 18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육군본부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보병부대의 전투원과 장비를 기동화, 네트워크화, 지능화 하는 '백두산 호랑이 체계'를 2030년까지 모든 부대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국정감사 인사말을 통해 "병력자원 감소, 복무기간 단축, 인명중시와 같은 시대환경 변화에 대처해 나가면서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미래전장을 주도할 첨단과학기술군'으로 변혁해 나가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김 총장은 "우리 육군은 쉽지 않은 여건 속에서 미래 육군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이러한 차원에서 지금까지 노력을 기울여 온 워리어 플랫폼, 드론봇 전투체계 전력화에 대한 추동력을 유지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지상전투체계인 '아미 타이거 4.0' 전력화를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의 불특정 위협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한국적 여단중심의 모듈화된 부대구조안을 정립해 나가겠다"라면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육군을 이끌어갈 AI 등 14개 핵심기술을 선정해 민·관·군·산·학·연의 가치 생태계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도 시행해나가겠다"라고 부연했다.
육군의 설명에 따르면 백두산 호랑이 체계에 따라 앞으로 보병부대의 가장 작은 단위인 분대까지 차륜(바퀴)형 장갑차와 K200 장갑차, 소형 전술차량 등이 배치돼 모든 전투원이 도보가 아닌 차량으로 이동하게 된다. 또 모든 전투차량은 전투원의 생존성 강화를 위해 방탄기능과 원격사격통제장치(RCWS)도 장착하게 된다.
모든 보병 전투원에게 전투복, 방탄복, 방탄헬멧, 수통, 조준경, 소총 등 33종의 전투 피복과 전투 장비로 구성된 미래 전투체계인 '워리어 플랫폼'이 보급된다. 모든 부대에 드론봇이 전력화돼 유·무인 복합전투체계가 구축된다. 또 모든 전투 플랫폼은 네트워크로 연결돼 전장 정보가 공유되고, 지휘관이 목표 타격 등의 결정을 내릴 때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게 된다.
육군은 이런 내용의 백두산 호랑이 체계 도입을 위해 지난 5일 합동참모본부에 전력화 소요를 제기했다.
백두산 호랑이 체계 도입에 소요되는 예산은 2021년까지 4개 대대에 시범 적용하는데 약 300억 원, 2025년까지 시범적용 부대를 4개 여단으로 확대하는 데 약 20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2030년까지 백두산 호랑이 체계를 전 부대로 확대하는 데는 약 1조250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대구조도 북한의 위협 대비에 초점을 맞췄던 데서 미래의 다양한 위협에 대비하는 유연한 구조로 바뀐다.
이를 위해 육군은 현재 사단 중심의 전투체계를 여단 중심으로 개편하고 모듈형 부대구조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1개 보병사단에는 3개 보병연대와 1개 포병여단이 고정적으로 편성돼 있지만, 2030년 이후 연대는 사라지고 사단 예하에 여단만 배치되는 구조로 바뀐다. 1개 사단 예하에 상황에 따라 2~5개 여단이 배치될 수 있고, 여단이 독립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도 있다.
육군 관계자는 "국방개혁에 의해 부대개편이 완료되면 여단은 현재 사단급 수준의 작전수행능력을 구비하게 된다"라면서 "미군과 마찬가지로 기동화된 여단을 중심으로 한 모듈형 부대구조로 개편하면 다양한 위협과 임무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