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에서 명예퇴직 하면서 7000~8000만 원의 퇴직수당을 받고 한국수목원관리원,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임업진흥원 등으로 재취업하는 경우가 계속되고 있어요. 이런 '산피아'들이 민간기관까지 장악하고, 활개를 치고 있는 거죠."
한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림조합중앙회지부 정성기 위원장의 말이다. 지난 14일 기자를 만난 정 위원장은 "국민들이 잘 모르는 산림청에서 말도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회 노조에서 지난달에 산림청 퇴직자 60명을 상대로 공익감사를 청구했고, 지금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산피아'가 산하기관까지 장악하고 있다고 했다. '산피아'는 산림청과 마피아의 합성어로, 산림청 퇴직공무원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는 "산림청에서 퇴직하면서 7000~8000만 원씩 수당을 받고, 한국수목원관리원 등으로 재취업하고 있다"면서 "이들 산피아들이 산하기관을 장악하고, 산림청은 이들에게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취업결정 → 명퇴신청 → 수천만원 수당받고 승진 → 산하기관 재취업
실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종회 민주평화당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올 10월 현재 산림청 산하 기관 및 협회, 사단법인에 모두 21명의 산림청 퇴직자들이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가운데 19명(90%)은 산림청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해 수천만 원씩 퇴직수당을 받고 특별승진까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피아가 가장 많은 곳은 산림복지진흥원이다. 원장부터 사무처장과 사업운영본부장 등 핵심 보직인사를 포함해 모두 8명이다. 특히 원장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당초 명예퇴직을 신청한 후 적게는 2490만 원부터 많게는 8490만 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고, 산림복지진흥원으로 재취업했다.
이같은 사례는 다른 기관에서도 비슷하다. 산림조합중앙회 부회장 A씨는 지난 2015년 2월 10일 명예퇴직하면서 1억2000여만 원의 퇴직수당을 받고, 이틀 후인 12일 산림조합중앙회에 재취업했다. 산림청 차장이었던 B씨도 지난해 7월 명예퇴직하면서 8500만 원의 퇴직수당을 받았다. 이어 올해 2월 한국수목원관리원 초대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수목관리원은 이사장을 포함해 모두 4명이 산피아였다. 이곳 기획운영본부장도 4700만 원의 퇴직수당을 받았다. 또 고객시설관리부장과 운영지원실장도 각각 8900만 원과 7000만 원의 퇴직수당과 특별승진 포상을 받고 이곳으로 왔다. 이밖에 전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장은 작년 1월 3000만 원의 명예 퇴직수당과 부이사관으로 특별승진했고, 이후 3개월 만에 산림청 특수법인인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 사무처장으로 임명됐다.
김종회 의원은 지난 15일 산림청 국정감사에서 "산림청은 지난해 산하단체 채용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수목원관리원,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임업진흥원 3곳 모두 산림청 퇴직자들이 기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재현 산림청장을 상대로 "유관 기관에 대한 재취업을 미리 결정해두고, 명예퇴직 신청해 특별 퇴직수당까지 챙겼다"면서 "산림청 공무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재취업 문제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라고 따졌다.
산피아 문제 해결하겠다더니... 무색한 개혁의지
재취업 문제뿐 아니다. 이들 재취업 기관에 산림청이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성기 위원장은 "산림청은 지난 2004년부터 산지보전협회를 시작으로 사방협회(2009년), 산불방지기술협회(2015년) 등 특수법인을 비롯해 한국임업진흥원(2012년) 등 많은 공공기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산피아 논란이 일고 있는 한국수목원관리원은 2017년,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2016년에 만들어졌다.
정 위원장은 "이들 협회와 기관에 산림청 퇴직 공무원들이 수당과 특진을 받고 내려와 앉았다"면서 "게다가 산림청에서 이들 기관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이미 수십년 동안 비슷한 일을 해온 산림조합중앙회는 인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해왔다"고 전했다.
실제 산림조합중앙회의 경우 지난 2012년 594명이었던 인력이 매년 줄어 올해 9월에는 485명으로 줄었다. 반면 한국임업진흥원은 2012년 72명에서 올 9월 230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오는 11월부터 시행되는 산림기술법으로 기존의 산림조합은 존폐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법안 자체보다 산림청에서 준비중인 시행령에서 산림사업의 설계와 시공 부분을 민간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있다"면서 "이럴 경우 산림조합중앙회는 사업 수주의 대폭 감소와 적자 운영이 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인 산림기술자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결국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시행령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시행령을 두고 이양수 자유한국당 의원도 국감에서 "법안 담당과장이 산림기술사로, 내용 자체가 그들에게 독점적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면서 "이미 20~30년간 산림기사로 활동한 전문가들을 배제한 것 또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노조 등 노동계도 지난 10일 대전 정부청사에서 집회를 하고, 김재현 산림청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산림조합의 조직을 축소하고, 산하기관에 낙하산 인사와 일감을 몰아주기를 강행하고 있다"면서 산림청 개혁과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