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원내대표 경선에서, 국민이 인정하는 친박과 탈당파는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
최병길 자유한국당(아래 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이 오는 12월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강경한 어조로 선언했다. 기업인 출신인 최병길 위원은 시스템·정치개혁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시스템·정치개혁 소위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공천제도 혁신이다.
최병길 위원은 5일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하여 "한국당은 침몰하는 배"라며 "비대위의 목표는 침몰하는 배를 진단하고 수리하는 것이지 옆집 선장 비판하고 운영 비난하기 위해서가 아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최 위원이 공개석상에서 목소리를 거의 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날 발언은 이례적으로 읽힌다.
최병길 "당 침몰한 건 박근혜 전 대통령 탓"
최 위원은 "한국당호는 국민으로부터 강한 불신을 받고 있다"라면서 "배가 침몰하게 생겼는데 아직까지도 국민 뜻은 아랑곳하지 않고, 배를 수리할 생각 안 하고, 침몰 책임을 남에게 미루면서 운영권 확보에만 몰두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가장 큰 책임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까지 당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데서 20대 총선 공천 파동이 시작됐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체 당의 지도자가 아니라 친박이라는 계파의 수장으로 운영권 놓지 않으려고 한 게 비극의 출발"이라며 "당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자 당시 대표가 저항했지만 역부족 상황으로 내몰려 옥새파동을 낳았다"고 덧붙였다.
최병길 위원은 "왜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공조직을 통한 소통과 운영 대신 사조직을 통한 소통과 운영으로 국민이 용서할 수 없는 불신을 초래했다"라며 "최태민씨의 딸 최순실과의 경악을 금치 못할 유착관계는 국민을 분노하게 했고, 지금은 교도소에 수감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소위 말하는 친박들은 자중자애(自重自愛)하시라"며 "(탈당파가) 침을 뱉고 당을 떠났다고 비난하기 전에, (친박은) 대통령을 잘못 모신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죄를 빌어라"라고 비판했다.
최 위원은 친박뿐만 아니라 탈당파를 향해서도 "사즉생의 자세로 나가야 할 때 침몰하는 배의 수리를 포기하고 갈아타려한 잘못은 사죄해야 마땅하다"라며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을 불나방처럼 쫓아나갔다가 돌아와 놓고 어떻게 국민 앞에 당당한가"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서로에 대한 총질을 멈춰라"라면서 "12월 원내대표 겅선에서 국민이 인정하는 친박과 탈당파는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최 위원은 "그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고 염치"라면서 "정부여당을 비판하기 전에 국민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염치 갖춰라"라고 말했다. 또한 "침몰하는 선박의 수리는 외부에서 영입한 선장과 수리공에 맡기고, (당 내 인사들은) 국민의 용서를 구하기 위해 인내하고 자숙하고 미래 대안을 준비하라"라고 당부했다. "그게 당이 살고, 여러분이 살고, 나라가 사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준 "최병길 의원 사견... 여러가지 반응 있을 것"
최병길 위원의 모두발언이 끝나자 김병준 위원장은 "100% 좋은 말씀"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일부 언론이 마치 친박과 비박이 크게 다투고 있고, 이게 당이 쪼개질 정도로 가는 거냐고 보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라면서 "저번 중진회의 때도 (홍문종 등 친박의) 발언을 제지하지 않은 것도 우리가 그만한 체력이 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병준 위원장은 "그 이후로도 보시다시피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라며 지난 10월 31일, 비상대책위원회-중진의원 연석회의 당시 홍문종 등 친박 의원들의 '반란'이 조기에 진정된 점을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밖에서 걱정할 정도로 그런 게 아니다"라면서 "곳곳에서 개인적 혹은 집단적 계파 사이에서 모임들, 혹은 토론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당내 갈등은 비대위에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김병준 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한발 물러선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은 '친박과 탈당파 모두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면 안 된다'는 최병길 위원의 이야기에 대해 "(거기에 대해) 제가 얘기드릴 사안은 아닌 것 같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병길 의원이 사견으로 던져놨으니까, 당내에서 여기에 따른 여러 가지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