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류관에서 냉면 목구멍 어쨌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날 상황을 보여드릴게요."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인천 부평갑)이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오후 질의에서 '내레이터'(해설가)을 자처했다.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이른바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 발언의 진위를 당시 영상을 통해 추측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제시한 영상은 리 위원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벌총수 측 테이블에 앉은 장면을 편집한 것으로, 정 의원은 장면장면마다 "리선권이 재벌을 윽박질렀다고 볼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리선권이 나타나 기업인들 얼굴에 굳은 표정", "분위기가 좋다가 얼굴이 굳는다", "이재용 부회장은 무표정... 경직되고 눈치를 본다" 등의 설명을 덧붙였다. 정 의원의 해설에 여야 위원들의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정유섭 의원은 편집된 영상을 토대로 리 위원장의 '냉면 발언'이 사실에 가깝다는 주장을 펼쳤다. 영상은 평양냉면 사진으로 끝났다. 정 의원은 동시에 "핵무기 가진 자의 오만이고 협박이다. 같이 웃고 놀고 다 좋다, 북한에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이는 다 위선이다. 어떻게 김정은을 믿나?"라고 따져 물었다.
박근혜식 대북 인식 재소환한 정유섭 "북한 전술 안 변했다"
"황장엽과 태영호의 조언을 우리가 무시하고 있는데, 임진왜란 때 전쟁 준비를 안할 때, 이순신 장군이 혼자 우리나라를 지켰다. 우리는 가장 최후의 시기까지 준비해야 한다."
정 의원은 남북 평화 기류는 북한의 위장 전술에 의한 결과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12년 전 고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100만 특수부대' 주장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의 최근 발언을 그 근거로 함께 소개했다.
그는 특히 "남한에 있는 사람 중 태영호나 황장엽처럼 북한의 실체를 속속 아는 사람이 있나"라면서 "황장엽은 북한이 핵을 만들어 주한미군 철수와 교환하고 남한과는 민족공조를 한 뒤 국보법 폐지 후에는 100만 특수부대가 서울을 함락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 전략 전술은 하나도 안 변했다"라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언급한 황 전 비서의 발언은 2006년 11월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중앙 당직자 모임 '영민포럼' 주최 세미나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황 전 비서는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겨냥해 "안전 불감증을 만들어 놓고 뻔뻔하게 햇볕정책이 옳았던 것처럼 주장하는 기만자, 역사상 최대의 기만자"라고 맹비난했다(관련 기사 :
황장엽 "북한 핵보다 남한 '친북반미'가 걱정").
그는 당시 대권주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북 인식을 격찬하며 "양친을 다 희생시키고도 자기도 일생 동안 나라 위해 하겠다는 게 기특하다. 우리한테 중요한 것은 원칙을 지키는 사람, 김정일하고 타협하지 않는 사람, 그것을 잣대로 지지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정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현 상황은 과거와 다르다"라고 반박했다. 정 실장은 "과거는 실무급에서 비핵화 협상을 했다면, 이번에는 직접 당사자인 남북미 3국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세계에 공약했다"라면서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실천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리 위원장의 냉면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정 실장은 "북한의 특정 인사 발언 중 확실하지 않은 내용, 맥락·배경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한 사람의 발언에 추측하며 남북 관계 전반을 판단하는 것은 아주 적절하지 않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