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북구의 A 사립유치원이 원생들의 가정에 보낸 '2019년도 교육 내용 변경' 안내문(진급신청서)에서 "누리과정비 22만 원을 보호자가 정부로부터 직접 수령해 납부하라, 9일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진급의사 없음으로 집계하겠다"는 등 조건을 내걸어 논란이 일고 있다.
누리과정비는 교육 당국이 유치원으로 직접 지원하고 있다. 학부모가 하기 불가능한 조건을 내건 것이다.
특히 안내문에는 "공짜라는 이유로 국공립유치원을 선호하는 부모님 입장을 반영한다 하더라도, 단언컨대 이에 굴복해 사립유치원이 교육부 통제 아래 들어가면 대한민국 유아교육은 창의성을 잃고 초·중등교육처럼 획일적인 관치교육으로 나갈 것"이라면서 "저(원장) 또한 교육부(정부)의 방침에 맞서지 못하고 그만 굴복하여 내년 2월 28일자로 폐원코자 합니다"라고 적었다.
안내문에는 또한 '수업시간은 오전 8시 40분부터 낮 12시 40분까지 4시간', '원생들은 점심 도시락을 지참해야 한다', '차량 운행이 없어 자가 등·하원 해야 한다'고 알려 학부모들의 속을 태웠다.
원장은 이같은 조건을 내건 원인을 설명한 듯 안내문에서 "유치원 감사 결과가 비리유치원으로 과대 포장돼 발표된 후 며칠 동안 학부모에게서 많은 전화와 질타를 받았고 많은 생각으로 조울증, 편두통, 대인기피증 증상으로 병원을 오가는 아픔을 겪고 있다"고 적었다.
또한 "울산교육감이 비리신고센터를 개설하는 등 사립유치원을 감시하는 보이지 않는 눈을 만들어 저는 수십 년 유아교육에 대한 자존감을 완전히 잃었다"면서 노옥희 교육감이 최근 사립유치원 문제와 관련해 강력한 대책을 내놓은 점을 거론했다.
이 안내문을 받아든 일부 학부모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다른 유치원은 신입생 모집이 거의 끝난 상황인데, 일방적 통보를 했다"며 A유치원의 '사실상' 폐업 통보를 고발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울산시교육청은 9일 "12일부터 해당유치원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할 계획"이라면서 "유아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공립유치원 신·증설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울산시교육청은 "북구 A유치원은 7학급 규모에 유아수가 180여 명으로 2019학년도 재원할 유아가 110명에 달한다. 원장의 유아모집 안내에 납득할 수 없는 학부모들은 당장 내년도 자녀의 유치원 선택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에 교육청은 북구 소재 사립유치원의 수용인원을 파악하고 공립유치원의 학급 신·증설을 서두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는 "북구 A유치원은 애매한 방법으로 폐원의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내년 3월 1일자 공립 신·증설유치원 23학급과 인근의 사립유치원 정원수를 감안한다면 북구지역 학부모들의 유치원 선택권을 확대하고, 유아들의 학습권을 보장하여 학부모의 불안을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울산시교육청은 신·증설되는 공립유치원에 대한 추가모집을 2019년 1월 1일 이후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할 예정이다.